이 기사는 07월 18일 16: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소 증권사인 한양증권 매각이 공식화된 가운데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인수전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 인수에 이어 본격적인 증권업 라이센스까지 확보해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 기회를 잡겠다는 속내다. 한양재단과 네트워크를 무기로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로 거래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매각이 공식화된 한양증권의 인수를 두고 가장 유력한 후보로 KCGI가 꼽히고 있다. 업계에선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사진)가 한양재단과 오랜기간 교감을 넓혀가면서 '눈도장 찍기'에 나서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KCGI는 지난해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의 아들을 자사에 채용한 데 이어 강성부 대표가 직접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의 대우교수로 활동하는 등 한양재단과 접점을 늘려왔다. 한양재단의 자금 상황과 매각을 둘러싼 분위기를 다른 후보보다 면밀히 파악해왔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아직 거래가 초기단계임에도 일부 잠재 후보사이에선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로 이번 거래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KCGI도 그동안 강점을 보였던 행동주의 노선에서 바이아웃 딜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 대표는 "KCGI 규모가 이제 커져서 예전처럼 주주행동주의를 할 단계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이미 반도체 회사(넥스틴) 오너에 올랐고 앞으로도 바이아웃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전이 필요한 한양재단의 상황도 거래 성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양증권은 한양재단 내 건설계열사인 HYD한양(옛 한양건설개발)이 지급보증을 섰던 창원 등 일부 물류창고에서 자금경색이 벌어지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한양재단은 올해 상반기부터 기존에 책임준공을 선 약 4000억원 규모의 물류창고를 담보로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마땅한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프레지던트 호텔을 운영하는 재단 내 알짜 계열사인 백남관광을 활용할 방법도 모색했지만 이미 백남관광을 통해 HYD한양이 진행한 부동산PF에 다수 지급보증을 서면서 더이상 한도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양증권의 수익 구조가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자기매매·IB 사업에 치우친 탓에 대형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전략적투자자(SI)들이 인수전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점도 KCGI에겐 호재다. 한양재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금융지주와 한양증권 M&A를 한차례 논의했지만 우리금융 측이 포스증권 인수로 선회하면서 무산됐다. 실사과정에서 한양증권이 무리하게 늘려놓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원인이 돼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KCGI가 한양증권을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KCGI는 2021년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를 둔 주가조작과정에서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DB그룹 오너와 합의해 DB하이텍 지분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KCGI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에서 결격사유가 없었던 점을 들어 금융당국의 승인을 무탈하게 얻어낼 것이라 자신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자산운용사 인수와 관련된 대주주적격 심사와 증권사의 심사 과정이 상이한만큼 앞서 분쟁들이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차준호 / 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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