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0일 전공의 사태가 남긴 교훈

입력 2024-07-18 17:18   수정 2024-07-19 00:36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병원을 뛰쳐나간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 처리가 일단락됐다. 수련병원들은 정부가 마감 시한으로 정한 이달 15일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를 사직 처리하고 결원을 메우기 위해 조만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가 일반의로 남든, 다시 전공의 과정을 밟든 개인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선 150일에 걸친 ‘전공의 사태’를 일단 매듭지은 것이다.

역대 정부는 의대 증원을 시도하다가도 의사들이 반발하면 곧바로 후퇴하곤 했다. 국민의 압도적 여론에도 의대 증원에 번번이 실패하고 필수·지방의료 공백이 커진 이유 중 하나다. 현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굴하지 않고 27년 만에 의대 증원을 이뤄낸 건 그런 점에서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증원 과정을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가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해 내년 증원 규모를 1509명으로 줄이고 2026학년도 증원 규모도 의사들과 협의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밝혔지만 처음부터 전문가 의견을 광범위하게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의료계를 설득했다면 지금 같은 극한 반발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사들은 적잖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전공의는 환자를 팽개치고 집단행동에 나섰고 전국 의대생은 단체로 수업을 거부했으며 의대 교수들은 제자들을 말리기는커녕 동조 파업을 벌였다. 결국 환자와 국민이 불편과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직역 이기주의의 어두운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의정 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당장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제대로 될지,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할지, 국시 거부를 철회할지 등이 모두 불투명하다. 하나라도 제대로 안 되면 의대 증원의 목적인 필수·지방의료 살리기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의정 갈등은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려면 의료개혁은 물론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도 해내야 한다. 의료개혁 과정을 거울삼아 정부가 더 정밀한 개혁 로드맵을 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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