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의 역설…교육예산 줄어도 1인당 지원금은 그대로

입력 2024-07-18 17:24   수정 2024-07-26 16:17

지난해 서울교육청의 예산이 약 10% 쪼그라들었지만, 교육 현장은 비상이 걸리기는커녕 잠잠한 상황이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생 1인당 교육투자액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교육교부금’ 증가세까지 겹치면서 학생 1인당 교육 투자액은 10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남은 예산은 수십조원의 기금으로 쌓일 정도다. 이에 따라 교육재정 효율성 제고를 위해 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부금 증가세에 수십조원 기금만 쌓여
18일 서울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세수가 감소하면서 서울교육청 예산은 13조31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4237억원(9.7%) 줄었다. 예산이 약 10% 감소했는데도 쓴 돈은 11조7665억원으로, 1조5480억원이 사용처를 찾지 못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교육복지 지출에서 누리과정 지원금이 약 600억원 줄었는데도 학령인구 감소로 1인당 지원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산이 깎였는데도 개별 학생에 대한 혜택이 유지된 배경에는 교부세 증가세로 인한 기금이 있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그동안 남은 예산을 쌓아 놓은 기금은 2022년 말 기준 21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8조3000억원, 올해는 약 13조원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년 교육청에 지원하는 교부금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지원한 교부금은 총 75조8000억원이었다. 세수 감소 여파로 전년 대비 5조5000억원가량 줄어들었지만 학생 한 명당 교부하는 지원금은 1207만원에 달했다. 이는 2014년 1인당 641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인당 교육교부금은 2028년 2000만원을 넘어서고 2032년에는 3039만원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1972년 도입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정부는 내국세의 20.79%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낸다. 지자체는 시·도세 총액의 3.6~10%를 비롯해 교육세 명목으로 거둔 돈과 담배소비세 등으로 지원한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교육청에 4조2011억원을 전출했는데, 이는 시 전체 예산(45조7405억원)의 9.2% 수준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교육청에 지원하는 교부금은 교육청 예산의 60~70%가량을 차지한다. 정부의 세수 여건에 따라 교육청 예산도 고무줄처럼 조정되다 보니 교육청은 ‘여윳돈’을 기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내국세 연동’ 교부금법 손볼 때
이런 상황은 교육청에 매년 교부되는 예산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업화 시대에 설계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2060년 1인당 교부금액은 소득과 물가 상승 범위를 초과할 것”이라며 “기계적으로 연동되는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인구구조 변화에 맞게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다 책정된 교육예산을 입학지원금, 교복비 지원금 등 선심성 사업에 투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지방세 수입의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

반면 교육청은 교육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교육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만 초점을 맞춘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특별회계와 전입금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해련/이혜인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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