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CCTV 등을 토대로 범죄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 ‘데자뷰’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기술은 전자발찌 착용자 등 죄질이 안 좋은 범죄자 관리에 활용될 전망이다.
데자뷰는 범죄 유형과 방법, 장소, 시간 등이 과거 범죄 패턴과 비슷하게 발생하는 경향에 착안해 개발한 AI 기술이다. ETRI 연구진은 서울 서초구와 함께 2018년부터 3년간 구 안에서 발생한 3만2656건의 CCTV 사건·사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살인, 강도, 폭행, 절도, 성폭행 등 주요 범죄를 모두 포함한 데이터다. 이를 토대로 AI를 학습시켜 ‘범죄예측 지도’를 개발했다.
ETRI는 학습이 끝난 이듬해인 2022년부터 382건의 데이터를 입력해 이 지도의 예측 성능을 검증했다. AI 성능 검증 지표인 ‘F1스코어’를 활용했다. F1스코어는 정밀도와 재현율을 함께 따지는 엄격한 지표다. 정밀도는 AI 모델이 ‘참’(True)이라고 판단한 것 중 실제 참의 비율을 말한다. 재현율은 실제로 참인 것 중 AI 모델이 참이라고 분류한 비율이다. 정밀도와 재현율은 서로 반비례 관계라 두 지표를 함께 조합하면 AI 성능을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
데자뷰의 F1스코어는 100점 만점에 82.8점이 나왔다. 82.8% 확률로 범죄 발생 가능성을 맞혔다는 뜻이다. 외부 기관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최근 측정한 결과다. 데자뷰를 지방자치단체 등 CCTV 관제실에 설치하고 범죄 징후를 경보로 울려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슷한 장면이 현실화한다.
현재 ETRI는 법무부와 협의해 데자뷰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앞으로 대상을 늘리고 실증을 거쳐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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