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9일 14: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나선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암초를 만났다. 더본코리아의 외식 브랜드 중 하나인 ‘연돈볼카츠’ 가맹점주와 갈등을 빚으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사안인 만큼 기업공개(IPO) 일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가맹점주들과의 갈등과 관련해 한국거래소에 소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클수록 거래소는 상장 심사 일정을 미루고 양쪽의 입장을 청취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일부 가맹점주들이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신고서를 제출한 만큼 거래소도 공정위의 판단을 기다린 뒤 심사 승인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더본코리아 본사와 가맹점주의 갈등은 일부 브랜드의 높은 폐점률에서 시작됐다. 일부 가맹점주는 지난해 외식 브랜드 ‘연돈볼카츠’의 83개 점포 가운데 50개 이상 점포(60% 이상)가 폐점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같은 기간 교촌에프엔비의 교촌치킨 가맹점 폐점 수가 0곳으로 집계된 것으로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더본코리아 측은 “가맹점주가 더본코리아의 다른 외식 브랜드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본코리아는 브랜드에 따라 점포 폐점률이 들쑥날쑥하다. 홍콩반점(7%)이나 역전우동(3.5%), 빽다방(1.7%)은 낮지만 한신포차(16.2%), 리춘시장(26.7%) 등은 폐점률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폐점률이 낮은 홍콩반점과 빽다방의 가맹점주는 오히려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에 대한 반대 집회를 열면서 브랜드 간 ‘집안싸움’으로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더본코리아 같은 프랜차이즈 사업은 본사와 가맹점주의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구조로 짜여있다. 본사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점주들과의 계약 관계를 유리하게 조정해야 해 양측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교촌에프앤비와 달리 더본코리아는 가맹점주 수와 브랜드가 많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는 더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프랜차이즈 기업이 3곳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스닥시장에는 교촌에프앤비와 엠피대산(구 MP그룹) 디딤이엔에프(연안식당) 등이 상장돼 있다. 맘스터치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었으나 지난 2022년 가맹점주와 갈등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이 중 수익을 내는 곳은 교촌에프앤비 한곳에 불과하다. 현재 엠피대산과 디딤이엔에프는 경영진 횡령 등으로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상장조차 쉽지 않다.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할리스커피는 작년 말 상장을 추진했으나 철회했고, 마찬가지로 이디야커피도 지난 2017년 상장을 추진했으나 연기됐다. 2020년 교촌에프앤비 이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없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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