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회선 '공짜' 설치…IPTV 출혈경쟁 격화 [정지은의 산업노트]

입력 2024-07-19 16:35   수정 2024-07-21 04:31


IPTV(인터넷TV)업계가 이용료를 대신 내주고 신규 회선을 늘리는 ‘밑지는 장사’에 뛰어들었다. 가입 회선 증가세 둔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업계에서는 출혈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30만~40만원짜리 상품권을 주며 TV·인터넷 신규 가입을 유치해왔다.
○1년 이용료·설치비 대신 내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최근 기존 TV·인터넷 회선 가입자를 대상으로 ‘1가정 2회선’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거실에서 쓰는 기존 TV 회선 말고도 안방에서 보는 TV 회선을 무료로 제공할 테니 1년만 사용해보라고 권유하는 형태다. 월 1만1550원짜리 요금제로 1년 약정 계약을 맺되, 이용료와 셋톱박스 설치비 전액은 회사 측이 부담하는 구조다.

형식상으로는 일반적인 상품 판매다. 회사는 이용자 계좌로 매월 이용료를 청구하고, 이용자는 이를 납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에 드는 비용이 매출을 넘어선다. 회선 가입 1주일 내 OK캐쉬백 20만점을 일괄 지급해야 해서다. 지급받은 OK캐쉬백은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실상 20만원을 주면서 회선을 추가하는 것이다. 1년 이용료와 설치비를 제외해도 약 3만원을 얹어주는 셈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OK캐쉬백을 현금으로 전환하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당장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낮아지지만, 시청 시간을 확대하는 데엔 도움이 된다”며 “시청 시간과 가입자 기반으로 발생하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와 광고 수익 등을 인상 또는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봐달라”고 했다.
○호텔·모텔 다회선 헐값 경쟁도
KT와 LG유플러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IPTV 3사 모두 한 건물에 여러 회선을 가입시킬 수 있는 호텔이나 모텔 등을 공략하며 일정 회선 규모를 확보하는 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선을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대를 서로 낮춰 공략하는 식이다. 예컨대 ARPU가 월 1만원인 회선을 월 2000~4000원 수준에 ‘헐값’으로 준다.

IPTV업계에서 출혈경쟁이 거세진 것은 집에서 TV를 보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IPTV 가입자 수는 2092만5902명으로 전기보다 0.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직전 반기 대비 IPTV 가입자 수 증가율이 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 가입자 증가 폭과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가구당 일평균 TV 시청 시간도 2012년 450분에서 2022년 324분으로 10년간 28%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IPTV 사업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몇 년 후엔 출혈경쟁을 할 무대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국내에선 IPTV,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SO) 등 유료 방송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의 사전 단계인 ‘코드 셰이빙’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코드 셰이빙은 사용하는 유료 방송에서 주문형 비디오(VOD) 이용 등 관련 소비를 줄이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해 IPTV VOD 매출은 4721억원으로 2022년보다 20% 줄었다.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코드 커팅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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