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 1주기인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청원 청문회’를 열었다. 대통령 탄핵소추를 놓고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가 열린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전과 같은 주장을 반복해 청문회의 효용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임성근 전 사단장 등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경찰 이첩 보류 결정과 관련해 “대통령 외압은 없었다”(국민의힘) “윤 대통령의 격노에 따른 ‘임성근 구하기’”(민주당)라는 기존 공방이 청문회 내내 되풀이됐다.
여야는 시작 전부터 청문회 개최의 적법성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여당 의원들은 “불법 청문회”라며 법사위 회의장 밖에서 농성했고, 야당 의원들이 이를 뚫고 회의장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오른쪽 뺨에 누군가 위력을 가했다”며 “허리를 다쳤고 오른쪽 발 전체가 굉장히 아프다”고 했다. 같은 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여당을 겨냥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고동진 의원이 쓰러지며 다리를 다치는 등 부상자가 나왔다.
청문회가 시작된 이후에도 공방은 계속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소추 청원 사유가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수사·재판과 관련돼 있다”며 이는 청원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탄핵안 발의 청원 사유 중 하나인 ‘전쟁위기 조장’에 대해 같은 당 장동혁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과 벌인 ‘가짜 평화쇼’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정 위원장은 “국회법과 청원법 등에 따라 국민청원이 법사위에 자동 회부된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은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위원장 판단에 따라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을 한참 주시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에게 “5분간 계속 쳐다본다면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판단해 국회법에 의해 퇴장시키겠다”며 법사위 직원을 불러내 “5분간 (곽 의원이) 계속 쳐다보는지 촬영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던) 지난해 7월 31일 오전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 수석비서관 회의를 했다”며 “그 시간에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라고 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임 전 사단장을 특정해 혐의자에서 빼라는 지시가 있었냐”는 송 의원의 질문에 “임 전 사단장을 빼라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다만 박 전 수사단장은 “임 전 사단장을 한정하지 않았지만 관련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모두 빼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상부에서 임 전 사단장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자신은 사실상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외압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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