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 깨진 코스피…외국인·기관 '엇갈린 베팅'

입력 2024-07-21 18:20   수정 2024-07-22 00:42

국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900 목전까지 갔던 코스피지수가 힘없이 2700선으로 고꾸라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1주일 새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한국 증시에서 빼갔다. 시가총액 상위주가 일제히 무너지는 가운데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조선·방산주를 사들였다. 반면 기관투자가는 삼성전자와 바이오, 2차전지주를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의 판세에 따라 수혜 업종이 수시로 바뀌는 변동성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반도체 팔고 조선·방산주로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후 6거래일간 코스피지수는 3.65% 하락했다. 장중 2896까지 상승했던 코스피지수는 1주일 만에 2700선으로 주저앉았다. 이 기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조33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만 반도체산업에 대한 적대적 발언을 한 데 이어 미·중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영향이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거래금액 9140억원), 삼성전자(4780억원) 등 반도체 주도주를 팔아치우며 서둘러 차익 실현에 나섰다.

반면 조선·방산산업을 적극적으로 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중공업(1740억원)이다. 반도체주를 팔고 삼성중공업을 사들인 것은 최근 조선산업이 장기 호황 사이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면 중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가 심화하면서 한국 조선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분석도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의 50%(49억달러)를 달성한 삼성중공업은 하반기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을 추가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재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박 발주가 계속되는 데다 신조선가도 우상향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많이 매수한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10억원)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세계 각국에서 ‘K방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이 밖에 외국인은 LG전자(870억원), 삼성전기(760억원), LG이노텍(620억원) 등 최근 들어 실적 컨센서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삼전·바이오·2차전지 매수한 기관
기관은 이 기간 삼성전자(4070억원)를 가장 많이 매수했다. 하반기 D램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제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개인용 컴퓨터(PC), 스마트폰 등의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관의 뭉칫돈이 유입되며 삼성전자는 6거래일간 3.65% 하락하는 데 그쳤다. 기관은 셀트리온(3위·82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4위·590억원) 등 바이오 기업도 대거 사들였다. 오는 9월 미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금리 인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성장주로 투자심리가 옮겨갔다.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선 2차전지 기업을 순매수했다. 에코프로비엠(460억원)과 에코프로(370억원) 등이다. 에코프로비엠은 19일 6.48%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240억원)에 기관들의 자금이 몰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19일 3.13% 오르며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바이든 대신 새 후보가 나와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2차전지 업종의 주가를 밀어 올렸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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