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샌드백 아냐?" 굴욕 당한 나라…이번엔 칼 갈았다

입력 2024-07-23 10:27   수정 2024-07-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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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트럼프 2.0'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독일 외교부 내 북미·정책기획·대서양협력 담당자들과 워싱턴DC주재 대사관 관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대비한 '비공식 위기 그룹'을 꾸렸다.

독일 경제부는 올해 봄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행할 관세 정책의 영향을 계산하고 미국산 첨단기술·원자재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 공급망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이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막대하다는 우려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중인 2018년 유럽연합(EU)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EU가 이에 맞불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EU산 수입차 관세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 정책 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상은 독일에게 악몽과도 같다는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 방위비 분담금 등을 이유로 독일을 공격했다. "독일은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샌드백(FT)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에 독일은 트럼프 행정부와 사사건건 부딪히던 정책을 수정하며 입장을 맞춰가고 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릭 그레넬 주독일 대사를 통해 사사건건 지적했던 '방위비 국내총생산(GDP) 2%' 목표를 올해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독일은 리투아니아에 5000명으로 구성된 여단을 주둔시킬 예정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첫 영구적인 해외 파병이다. 내년부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병력 3만5000명을 제공하기로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천연가스 공급처도 미국 등으로 다변화했다. 국내 통신사들에게 2026년까지 국내 5세대(5G) 네트워크 핵심시설에서 중국산 부품을 제거하도록 지시하는 등 중국에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인사들은 미리 공화당에 줄을 대고 있다. 마이클 링크 외교부 대서양횡단협력 조정관은 지난 2년 간 공화당 소속 주지사·상원의원들과 만나 공통 관심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텍사스, 조지아 등 독일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 주에 집중했다며 "많은 공화당 주지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그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를 가장 우선시한다. 그들 중 누구도 유럽과의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비도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비영리 싱크탱크 베르텔스만 재단의 캐서린 애쉬브룩 수석고문은 독일 의원들에게 '트럼프 2.0'의 의미에 대해 브리핑했지만 "부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의원들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훨씬 더 진지해졌다"라며 " 지어 트럼프가 미국의 민주주의와 삼권 분립을 무너뜨리는 시나리오에 대한 게임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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