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우주를 만나고 돌아온 미술시장의 스타

입력 2024-07-23 18:09   수정 2024-07-24 01:09


모두가 꺾여도 홀로 우뚝 서 있다. 미술 시장 불황이 무색하게 ‘큰손’ 컬렉터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우국원 작가(48) 얘기다. 2021~2022년 한국 미술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았을 때 뜬 30·40대 구상화가들의 작품값이 수직 낙하하는 중에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우국원의 그림은 경매장과 아트페어에서 ‘억 소리’ 나는 고가에 팔린다. 이제 그의 작품을 사려면 ‘대기 번호’를 뽑는 게 필수. 당장 소장하고 싶어도 한국에 풀리는 작품이 적다며 볼멘소리 하는 국내 컬렉터도 부지기수다.

우국원이 오랜만에 신작을 선보였다. 서울 청담동 탕컨템포러리에서 다음달 24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나의 우주; My Universe’에서다. 30점에 달하는 작품을 걸었는데, 평균 크기가 100호 내외로 150호 이상도 있는 대작 위주의 전시다. 일찌감치 전시장을 찾은 애호가들 사이에선 “그간의 작품을 뛰어넘는 S급 도상”이라는 감탄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몇 겹을 쌓아 올렸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두꺼운 마티에르와 촘촘한 질감 등 특유의 기법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일본의 전설적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에게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19세기 유럽 인상파에 영향을 준 다색판화 기법 우키요에로 유명한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본뜬 ‘빅 웨이브(Big Wave)’가 대표적. 우국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삐뚤빼뚤 낙서한 듯한 짧은 문장이 포인트로, 성경 사도행전 27장 25절이 적혀 있다. 탕컨템포러리 관계자는 “‘호쿠사이 시리즈’는 성경 글귀를 먼저 눈에 담고, 여기서 받은 영감에 따라 페인팅한 작품”이라며 “가쓰시카의 작품이 동양과 서양의 예술을 아우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호쿠사이 시리즈에서 다른 그림들로 눈을 돌리면 왜 전시명을 ‘나의 우주’로 지었는지 알 수 있다. 동화적 상상력이 두드러지는 우국원의 작품엔 캐릭터가 자주 나오는데, 이번 전시에선 거의 모든 그림에 기저귀를 찬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가 2021년 얻은 딸을 형상화한 캐릭터다. “딸의 탄생은 내 인생에서 가장 거대하고 신비로운 사건”이라고 밝힌 우국원은 딸의 이름을 ‘우주’로 짓고, 딸에게 전할 메시지를 새롭게 화폭에 담았다. ‘나의 우주’는 자신의 그림 세계관과 딸 모두를 아우르는 마법의 단어인 셈. 3년 전 개인전은 화가의 길을 걷는 데 큰 영향을 준 아버지 우재경 화백에게 영감을 받아 꾸렸다면, 이번 전시는 자신이 영감을 줄 미래 세대로 예술적 지평을 넓힌 것이다.

‘프린세스(공주) 시리즈’는 넓어진 세계관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겨울왕국’ 엘사 등 디즈니 공주의 초상화 아래 딸의 캐릭터가 책을 읽는 모습을 담은 작업이다. ‘그림 안의 그림’ 방식인데, 공주의 초상화는 ‘한국의 바스키아’로 불리던 10여 년 전 우국원의 초기 회화 분위기가 살아 있다. 오래된 기법과 요즘 스타일이 공존하는 것. 우국원의 세계관이 과거에서 시작해 미래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세상 모든 딸을 위해 그려낸 작품들은 하나같이 재치 있고, 섬뜩하면서도 사랑으로 가득하다. 크롬 작업이 인상적인 ‘친애하는 딸에게 시리즈’는 ‘만약 누군가가 너를 문다면, 바로 그들을 물어버려라’란 글귀와 함께 딸의 캐릭터가 커다란 호랑이를 물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유승목/성수영 기자

우국원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심층 인터뷰는 아르떼매거진 8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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