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규의 데이터너머] 대기업보다 낮은 中企 대출금리

입력 2024-07-23 17:17   수정 2024-07-24 00:07

지난 5월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평균 연 4.85%(가중 평균) 금리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보다 한 달 전인 4월 연 4.81%에 비해 대출금리가 0.04%포인트 상승했지만, 대기업 대출에 적용된 금리(연 4.99%)와 비교하면 0.1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대출금리는 기본적으로 차주가 갚을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신용도가 높은 차주라면 회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줘도 손해 날 일이 별로 없다. 반대로 신용이 부족하면 원금을 갚지 못하는 부실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

대기업의 신용도는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보다 높다. 그런데도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 대출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금리 역전은 2월부터 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1월 연 5.28%에서 2월 연 4.98%로 0.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금리도 연 5.16%에서 연 5.11%로 하락했지만, 낙폭은 0.05%포인트에 그쳤다.
'금리 역전' 4개월째
4개월 연속 금리 역전이 나타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정책자금이다. 한국은행이 저금리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제도가 중소기업 금리를 낮췄다는 것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은행이 요건에 맞는 중소기업에 대출한 금액 중 일부를 한은이 연 2% 저금리로 은행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무역금융, 신성장·일자리 지원, 대출 안정화, 지방 중소기업 지원 등 상설 대출에 더해 지난 1월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항목이 9조원 규모로 추가됐다. 은행들이 이 자금을 공급받기 위해 2월부터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금리가 경쟁적으로 낮아졌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대기업의 자금 수요가 감소하면서 은행의 대기업 대출금리 경쟁이 줄어든 점은 대기업 대출금리의 낙폭을 제한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달리 중소기업은 대출 수요가 많아 금리 경쟁이 벌어질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기업 대출이 대부분 담보대출이라 은행의 판단에 따라 기업 신용도와 무관하게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점 등도 금리 역전 현상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은, 中企 한시대출 연장키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09년 7월 대기업 대출금리는 연 5.54%로 중소기업(연 5.52%)보다 높았다. 그해 2월부터 약 5개월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이 시중금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취약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은 정부의 역할 중 하나다. 위기가 왔을 때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신용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의 메커니즘을 장기간 벗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경쟁력을 잃은 소위 ‘좀비’ 중소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중소기업 파산 등으로 회수 불가능한 대출이 계속 늘어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역전 현상은 앞으로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18일 한은은 이달 말까지인 금융중개지원대출 중소기업 한시 특별대출 지원 기간을 내년 7월 말까지로 1년 연장했다.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1년6개월로 연장된 것이다. 중소기업 특별지원 대출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한은 고위 관계자는 “지원 기간을 연장하면서 지원 대상은 저신용 중기로 좁혔다”며 “중신용 중기가 제외돼 전체 지원 규모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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