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랐던 전세금 채웠어요"…현대로템 개미들 '환호' [종목+]

입력 2024-07-24 07:33   수정 2024-07-24 11:19


현대로템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호실적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서 앞선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각국의 국방비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방산주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추가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로템은 8.93% 오른 4만6350원에 마감했다. 2013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장중엔 4만655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이달 들어 13.6% 올랐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주가는 74.25%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2조9196억원에서 5조587억원으로 불어났다.

상승세를 주도한 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다. 올해 이들은 각각 현대로템 주식을 5043억원, 1860억원씩 순매수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올해 초 10.7%에서 23.4%로 높아졌다. 개인들은 올해 들어 6745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하는 흐름을 보였다.

주가가 상승하며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NH투자증권을 통해 현대로템에 투자한 1만6030명 중 손실을 본 투자자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주주들의 평균 수익률은 37.6%에 달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현대로템 직원분들 감사합니다. 3만7000원에 샀던 800주 전량 매도해 전세금에 보탰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네티즌이 오늘 종가에 팔았다고 가정하면 약 750만원(세전 기준)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호실적 전망이 주가에 불을 붙였다. KB증권은 현대로템이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봤다. 매출과 영업익 추정치는 각각 1조420억원, 1024억원을 제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2% 늘어날 것으로 봤다. 목표주가는 4만75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높였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현대로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라며 "K2전차 납품 물량은 올해 56대에서 내년 96대로 늘어나 현대로템의 분기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울 것"이라고 추정했다.

K2전차 추가 수주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폴란드, 루마니아와 K2전차 수출 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며 "두 건을 합치면 수주금액은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대로템은 대형 방산주 중 가장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았던 종목"이라며 "1분기 이익 개선세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는데, 2분기부터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K2전차를 폴란드로 수출하기 위한 2차 실행계약이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방위산업 전시회(MSPO)를 계기로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2차 계약이 체결되면 내년 납품이 완료되는 1차 물량에 이어 2026년 이후까지 K2전차의 수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현대로템의 '아픈 손가락'이던 철도 부문도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철도청과 2753억원 규모의 고속전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한 고속철을 해외에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 개척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 점도 현대로템을 비롯한 방산주에 호재로 작용했다. 선거 결과에 베팅하는 사이트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총기 피습 사건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70%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현재 당선 가능성은 60%대 중반으로 2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34%)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국제 경찰'로서 미국 역할이 축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국방예산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방산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방위비 증액을 주문한 바 있다.

방산주를 둘러싼 환경은 긍정적이지만, 추격 매수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현재 주가에 '장밋빛 미래'가 충분히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은 올해 각각 130.52%, 75.1% 올랐다. 방산주를 담은 'PLUS K방산' 상장지수펀드(ETF)도 44% 뛰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확보한 수주만으로도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현대로템)의 연간 실적은 우상향할 것"이라면서도 "호재를 선반영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어 차익실현 또는 비중 축소를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신규 수주 가능성이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며 "수출 인도 물량과 시점에 따라 분기별 실적은 요동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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