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출연한 드라마에서 선보여 선정성 논란이 불거진 장면이 제76회 에미상(Emmy Awards) 후보에 올랐다.
에미상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후보자 목록에 따르면 HBO 오리지널 '디 아이돌'(The Idol)은 극본 프로그램 최우수 안무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극 중 조셀린(릴리 로즈뎁 분)과 다이앤(제니 분) 등이 노래 '월드 클래스 시너'(World Class Sinner)에 맞춰 춤추는 장면으로 공개 당시 성행위를 연상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선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안무가 니나 맥닐리가 퍼포먼스를 맡았다.
'디 아이돌'은 엔터테인먼트의 본고장인 로스앤젤레스(LA)를 배경으로 팝 아이돌을 둘러싼 음악산업의 명암을 다룬 드라마다. 미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 더 위켄드가 제작하고 샘 레빈슨이 연출을 맡았다. 제니의 첫 드라마 출연작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제니가 연기한 다이앤은 극 중 주인공인 팝스타 조셀린의 친구이자 백업 댄서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이기에 앞서 같은 해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제니도 주요 출연진과 함께 레드 카펫을 밟았다. 당시에도 지나친 선정성 등으로 평단의 혹평을 받았다.
당시 미국의 연예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디 아이돌'에 대해 "드라마는 퇴행했고, 엉덩이 노출 없이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혹평했고, 버라이어티도 "릴리 로즈 뎁의 얼굴에 체액이 묻은 장면이 담긴 리벤지 포르노 사진, 얼음을 이용한 음란 행위, 나이트클럽을 소유한 사기꾼, 사악한 할리우드 아첨꾼 등이 샘 레빈슨의 '디 아이돌' 1, 2회를 가득 채웠다"며 "남성들의 판타지를 늘여 놓은 것 같다"고 평했다.
'디 아이돌'의 연출자 교체 소식을 전하며 성착취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롤링스톤 역시 "예상보다 더 최악"이라며 "끔찍하고 잔인하다"고 평했고, 뉴욕타임스도 "강간 판타지"라고 전했다.
해당 장면에서 제니는 브라톱에 핫팬츠를 입고 등장해 여러 댄서와 함께 춤을 춘다. 이 과정에서 성관계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가 등장하고, 제니의 표정과 몸매를 부각하는 카메라 앵글에 "보기 불편하다"는 시청자들이 속출했다. 수위 높은 의상과 퍼포먼스는 제니가 블랙핑크로 무대에 올랐을 때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다만 제니는 '디 아이돌'에 대해 "샘 레빈슨의 작품을 매우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었다"면서 "음악 산업에 관한 이야기에 매료됐다. 이 역할에 뭔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자신이 되고 용감해질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훈련하거나,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샘은 내가 그냥 나 자신이 되기를 원했다"고 촬영 과정을 전했다.
더불어 "이전엔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없다"며 "마치 나를 위해 벽을 부수는 것 같았다"고 뒤돌아봤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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