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판 뱅크런' 조짐…셀러·소비자·결제대행社 '도미노 이탈'

입력 2024-07-24 18:00   수정 2024-07-25 02:29


티몬·위메프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가 소비자의 대규모 환불 신청과 셀러들의 연이은 판매 중단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두 쇼핑몰이 판매자 신용을 활용해 영업해온 만큼 ‘금융회사의 도산에 비견되는 이번 사태로 중소 판매사가 신용 위기와 도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티몬 여행상품 환불 빗발
24일 업계에 따르면 구매와 소비 시점 차이가 큰 여행상품의 소비자 타격이 가장 심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날 대형 여행사들이 ‘티메프(티몬+위메프)’를 통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구매자에게 재결제를 안내하자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티몬에서 발리행 에어텔(항공권+호텔) 상품을 구매했다는 권모씨(32)는 “가족 여행을 취소할 수 없어 다시 결제하긴 했지만 티몬에 결제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할까 두렵다”고 했다. 여행상품은 대부분 여행 일정이 임박하면 위약금이 커지는 구조여서 아직 취소하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지급 중단 사태로 발생한 미정산 금액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회사 규모별로 수억원에서 100억원 가까이 물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결제 안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티몬으로부터 지난달 1일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결제 취소가 빗발쳐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이 이날 위메프와 티몬의 카드 취소를 막자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객·판매자 이탈 가속화
티몬에 입점한 백화점, 홈쇼핑 등 대형 소비재 파트너사가 판매를 연달아 중단하고, 중소 규모 판매자는 상세 페이지에 ‘판매 중단’을 써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큐텐 계열 국내 e커머스 판매자(파트너사)는 줄잡아 6만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카카오톡 대화방과 자영업자 카페 등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화장품 판매자 A씨는 “티몬에만 3000만원이 물려 있다”며 “티몬의 ‘10분 타임딜’로 쏠쏠한 매출을 올려왔는데, 지난 11일 어니스트 펀드를 통한 선정산이 막히더니 전날 대금 지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공지를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판매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5월부터 위메프·티몬에서 결제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하면 판매자와 고객 이탈이 가속화하는 ‘스노볼’이 생기고 개인사업자, 중소기업의 신용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금 지급 중단이 길어질수록 두 회사 재무 상황은 더 나빠지고, 대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더 작아지기 때문이다. 큐텐 계열 e커머스는 정산 주기가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몬 매출 비중이 큰 호텔, 콘도 숙박권 판매업체는 도산 위기설이 돌고 있다.

파트너사 사이에서는 용산전자상가의 대형 전자제품 판매사와 PC 부품 판매사들이 각각 1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올 들어 위메프와 티몬은 TV 등 가전, 노트북과 그래픽카드 등 각종 고가 제품을 다른 온라인몰보다 훨씬 싸게 파는 행사를 수시로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전문가 백종화 씨(유튜버 신성조)는 “티몬에 기기를 납품한 수입사와 총판 등이 2~5개월씩 정산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LG와 삼성 등 가전 셀러도 수백억원 수준의 대금이 물려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용산에 줄도산 사태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정훈/라현진/김다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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