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치킨 게임’에 빠진 시장의 예고된 참사라는 평가다. 국내 최초의 오픈마켓인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큐텐은 무리한 M&A(인수합병)로 불씨를 키웠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과 미국 위시 등 국내외 업체를 잇달아 사들였다. 내실 없는 몸집 부풀리기 결과, 티몬과 위메프의 합산 자본금이 ‘-9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중국 e커머스)의 공습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시장이 ‘승자독식’ 체제로 재편되면서 과도한 투자와 경쟁력 부족에 시달리는 나머지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큐텐그룹은 이달 말까지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낙관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당국은 두 회사의 재무 상황과 지급 여력을 파악해 더 이상 피해가 불어나지 않도록 신속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로 e커머스업계의 판매자 정산 주기와 대금 보관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대기업 유통사와 달리 전자상거래에는 정산과 사용 등에 관한 법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정산 주기도 업체마다 다르다. 위메프는 상품 판매부터 정산까지 두 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플랫폼은 판매대금을 단기 운용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사실이라면 전자상거래 신뢰도에 치명적 타격이다. 소비자와 판매자들의 거래 자금을 마치 자기 돈처럼 돌려막기식으로 운영하는 다단계 사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당장 진상을 파악한 뒤 관련 기업에 책임을 묻고 대금 결제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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