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치른 지 하루 만인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삼겹살 만찬’을 했다. 총선을 치르며 여러 차례 갈등설이 불거졌던 두 사람은 이날 ‘러브샷’을 하며 당정 화합을 다짐했다. 그러나 공식 행사에서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과 달리 새 지도부에선 첫날부터 불협화음이 나왔다. 친윤(친윤석열)계 최고위원들이 해병대원특검법을 놓고 한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여당에서는 한 대표와 함께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를 비롯해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 성일종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당 대표에 출마했던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도 자리를 함께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이 배석했다.
오후 6시30분에 시작한 만찬은 9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악수하며 “수고 많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참석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러브샷’을 하며 당정 화합을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맥주를, 술을 안 마시는 한 대표는 콜라 잔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라. 한 대표가 끌어주겠거니 하고 기다리지 말고 열심히 도와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 대표 출마한 분들도 같이 왔다”며 “전당대회가 끝났으니 선거 때 일은 잊고 서로 화합해 한마음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 대표도 “대통령의 성공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 정권 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리 같이 나아가자”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찬 메뉴는 삼겹살과 돼지갈비, 모둠쌈, 빈대떡, 김치김밥 등으로 모두 윤 대통령이 골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삼겹살은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을 상징한다”며 “상추쌈은 모두가 모여서 통합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격의 없이 대화하자”는 윤 대통령의 취지에 따라 노타이 차림을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식사 자리에 마주 앉은 것은 지난 1월 29일 오찬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반면 친윤계인 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은 “원내대표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한 대표와 각을 세웠다. 추 원내대표는 앞서 어떤 방식의 해병대원특검법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이들의 이견에 대해 “우리 당은 민주주의 정당이고 모든 사람이 의견을 낼 수 있다”며 “이견을 좁혀가는 토론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화합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 대표가 전권을 쥐고 꾸릴 당직 인선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친한(친한동훈)계를 전면 배치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일부 핵심 당직에 친윤 인사를 기용해 ‘탕평’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의결권 방어 차원에서 원내외 여성·청년 중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우군’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 정책위 의장은 친윤계인 현 정점식 의장의 유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교체 카드로는 3선의 김성원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른다.
설지연/박주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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