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국내 1위 콘크리트 펌프카 제조사 전진건설로봇이 수요예측을 앞두고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캐나다에서 콘트리트 펌프카(CPC) 관련 사망사고가 발생해 유족이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나선 사안이 직전 신고서에 일부 누락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재무제표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전진건설로봇은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회사는 '인수인의 의견' 부분에 제조물 책임법(PL)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추가했다. 기존 신고서의 해당 부분엔 '제출일 현재 동사가 피고로 제기된 소송 내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표기돼 있었다.
전진건설로봇 관계자는 "기존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엔 캐나다에서 피소된 사실이 반영됐지만, '인수인의 의견' 부분에선 (피소 사실) 기재를 누락했다"며 "정정신고서를 제출해 관련 내용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의 발단이 된 사건은 2021년 3월 16일 발생했다. 캐나다에 수출된 전진건설로봇의 CPC 사용 중 파손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CPC는 건설 현장에서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펌프로 이동시켜 고층 타설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장비다. 유족과 사고 목격자들은 전진건설로봇과 현지 딜러, 펌프카 검사 업체를 대상으로 2022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1차 심문이 끝났고, 내달 2차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기일은 2025년 9월이다.
전진건설로봇은 소송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제조물 보험금으로 손해배상금을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조물 책임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보험처리 중인 사건"이라며 "영업 및 재무에 유의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이 빈번한 북미 지역에선 업무 도중 부상이 발생한 경우 제조사에 책임을 묻는 소송이 자주 진행된다"고 밝혔다.
CPC 관련 인명피해 발생률은 다른 건설기계에 비해 높은 편이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국내에서 CPC 관련 사고는 총 28건이 발생했고, 부상자 23명, 사망자 4명이 발생했다. 사고 건수 대비 인명피해 발생률은 14.81%로 평균(10.65%) 대비 높았다.
작년 국내 건설 현장에서도 전진건설로봇이 판매한 2005년식 CPC 관련 인명 재해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다만 해당 사고의 원인은 작업자의 과실로 밝혀졌다. 노후화된 장비를 적절히 유지보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전진건설로봇은 증권신고서에 판매사 현지 대응 능력 악화, 제품군 편중, 중국업체 진입 등 투자위험요소를 보강했다.
이는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이 '통과의례'로 자리 잡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IPO 관련 증권신고서를 검증하는 금융당국의 눈이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만 전진건설로봇을 포함한 6곳이 기간정정 등의 이유로 증권신고서를 고쳤다.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기업은 18곳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소에 코스닥 시장이 생긴 뒤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항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이 내용을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진건설로봇이 연루된 소송은 경영권과 관련은 없는 사안이다.
한편 전진건설로봇은 다음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오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5거래일간 진행된다. 주당 공모 희망가는 1만3800~1만5700원이다. 희망범위 상단 기준 공모예정금액은 약 483억원이다. 이후 다음달 8일과 9일 양일간 일반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전진건설로봇은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매출로만 이번 공모를 진행한다. 공모 물량의 절반은 코스닥 상장사 모트렉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이자 전진건설로봇의 최대주주인 모트렉스전진1호의 보유 지분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사주다.
회사 관계자는 "구주매출 물량의 절반은 자사주이기 때문에 공모 자금의 50%는 회사로 유입된다"며 "회사로 유입된 공모자금의 절반을 스마트건설 기계 연구개발에 40억원, 신제품 개발 및 기존제품 고도화에 66억원 등 연구 개발 활동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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