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수혜주 찾기라니…" 비정한 여의도 증권가 [돈앤톡]

입력 2024-07-25 13:29   수정 2024-07-25 13:37


"여의도 증권가 바닥이 금전적인 논리가 더 중요한 곳이긴 합니다만,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 보니 관련 수혜주를 꼽는 리포트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싱가포르 기반의 큐텐그룹이 운영하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금 지연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증권가에서 사태의 수혜주를 지목한 리포트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거액의 판매대금을 물린 소상공인들의 '도미노 도산'이 우려되는 데다 소비자 환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 만큼 리포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종목을 발굴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로선 직업의 특성상 이 같은 '윤리 불감증'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곤혹스럽단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의도에서도 투자윤리를 고민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처럼 많은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일을 대할 때는 투자 권유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입니다.

이날 한 증권사는 '큐텐 사태 반사이익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종목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셀러 정산 지연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티메프 이용자 이탈로 인해 네이버 수혜가 예상된다"며 "현재 국내 최대 오픈마켓 사업자는 네이버로, 연 7조원의 큐텐 총거래액 중 2조5000억원이 네이버로 유입될 전망"이라고 짚었습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큐텐 사태로 인한 신규 이용자 유입은 중국 플랫폼사들의 고성장으로 고전을 겪던 네이버의 이커머스 내 시장점유율을 일시적으로 반등시켜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24만5000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습니다.

발간 직후 이 리포트는 동종업계와 시장 일각에서 구설에 올랐습니다. 큐텐 단일 기업의 유동성 위기에서 그치지 않고 '중소 규모 판매자들 폐업'과 '소비자들 환불 지연'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수혜주를 꼽는 게 윤리적으로 맞느냐는 지적입니다.

이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국내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중대 참사 관련 수혜주가 거론될 때마다 찬반 논리가 쏟아집니다. 2022년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지난해 7월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나타났을 때 사건 발생 하루도 안 돼 온라인상에는 '이태원 사고 수혜주 있나요' '칼부림 수혜 받는 곳' '묻지마 칼부림 수혜주는 이곳' 등 제목의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 일부 의료용 특수차 제조업체나 방검복 제조업체의 주가가 뛰기도 했습니다.


참사에서도 수혜주를 찾는 게 관행처럼 굳어진 만큼 여의도 안에서도 찬반 논리가 팽팽히 맞섭니다. 결국 다 같은 직장인일 뿐인 만큼 국민 정서와 별개로 맡은 기업분석 업무에 충실한 것이란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많은 이들의 아픔이 공존하는 사태에 굳이 수혜주를 거론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많은 증권가 전문가들은 "자중하자"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크고 작은 일들이 매일 터지는 현대 사회에서, 자본시장도 한 번쯤은 '투자윤리'의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단 얘기입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 리포트는 개인의 실명을 달고 나가는 데다 언론과 기관·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참고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특정 사건에 따른 단기 트렌드를 짚고자 하는 경우 그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미리 가늠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요가 있으니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이라기엔 모호하다"며 "당장은 금전적인 논리가 우선시될 수 있지만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경제를 만들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코로나19 사태와 러·우 전쟁 당시에는 '수혜주' 표현이 서슴없이 사용됐다. 국민의 정서가 더 와닿는 사안일수록 선별적으로 논란이 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투자윤리'의 개념부터 정립한다면 이런 논란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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