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 60대. 한 작가는 60대에 접어들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입학했다. 평생 하고 싶었던 회화를 공부하기 위해 늦깎이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면서다. 그의 이름은 전지현. 올해로 67세를 맞이한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캔버스 위로 옮겨놓는 그림을 그린다.
보이지 않는 내면을 그리는 늦깎이 작가 전지현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이즈에서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을 통해서다. 그의 그림에서는 일정한 형태와 모양 대신, 다채로운 색과 추상적인 선만이 드러난다. 녹색이 가득한 캔버스를 바라보면 마치 울창한 나무 숲 같기도, 길게 뻗은 기둥이 늘어선 것 같기도 하다.
전지현은 추상적인 그림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그 속에 담긴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 나온 연작들의 제목이 '보이지 않는 세계'인 이유다. 보는 사람이 이 그림 안에 담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고민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담겼다.
그는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추상화에만 관심을 두었다. 형체가 배어나오기도 하지만, 주로 선과 색만을 캔버스 위에 빽빽하게 늘어놓는 작업만을 고수했다. 그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내면 속 깊은 세계가 드러난다고 믿었다.
그는 추상화를 그리는 시간이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내면 깊은 곳의 '속살'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마음이 읽히기도 한다. 때론 높게 뻗은 기둥처럼 세상과 방어벽을 쌓지만, 때론 흩어지는 물방울처럼 공기 중으로 사라지기도 하는 마음들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 내놓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통해 스스로 세상과의 소통에서 얻은 감정, 교훈 등을 풀어냈다. 전지현은 "세상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속 깊은 내면의 세계는 감히 형상으로 표현할 수 없다"며 "강하지만, 격하지 않은 색감으로 나의 '내면으로 가는 여정'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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