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5일 11: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 구주매출 비중이 100%인 기업도 공모주 시장에 나오고 있다. 기존 주주가 보유하던 주식을 공개적으로 파는 것이 구주매출이다. 구주매출은 최대주주나 FI(재무적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성격이 강해 IPO시장에서 외면받는다. IPO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최대주주와 FI들의 엑시트를 위한 구주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진건설로봇과 산일전기 등 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진행하는 기업은 모두 구주매출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진건설로봇은 구주매출 물량이 100%인 이례적인 공모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상장 기업 가운데 게임기업 시프트업을 제외하고 모두 구주매출을 포함했다. 변압기 기업 산일전기는 최대주주 지분 14.5%를 구주매출해 현금화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공모주 8200만주 가운데 절반인 4100만주를 구주매출로 구성됐다.
전진건설로봇의 공모구조는 최대주주인 모트렉스전진1호(모트렉스)의 보통주 50%와 자사주 물량 50%로 구성됐다. 공모 물량 307만7650주 모두 구주매출인 셈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1만3800~1만5700원)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2412억원으로, 483억원을 모집한다.
전진건설로봇은 자동자 제품회사 모트렉스와 사모펀드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2018년 공동으로 2616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IPO를 앞둔 2021년에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코스닥 상장사 모트렉스가 모트렉스전진1호를 통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모트렉스는 이번 IPO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해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구주매출 중 절반은 자사주이기 때문에 해당 금액이 전진건설로봇으로 유입되는 만큼 신주모집과 동일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는 구주매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통상 구주매출은 IPO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최대주주의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IPO가 이용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자들을 기업이 100% 신주를 발행해 설비를 확충하거나 연구·개발(R&D) 등에 쓰이는 편을 선호한다.
공모주조를 100% 구주매출로 구성해 상장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SGI서울보증보험이 100% 구주매출로 공모구조를 짰으나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냉각되기도 했다. 한 투자운용사 대표는 "IPO시장 과열이 가라앉고 종목 간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만큼 100% 구주매출은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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