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왔으니 망정이지" 환불원정대 우르르…현장은 '아수라장' [현장+]

입력 2024-07-25 13:46   수정 2024-07-25 14:55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 아닌가요. 지금 아니면 못 받을 것 같아서 대전에서 첫차 타고 올라왔어요."(40대 주부 김 모 씨)

25일 오전 8시께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 앞. 이날 본사 1층은 정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판매자(셀러)와 상품을 구매한 뒤 환불을 받지 못한 구매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새벽 위메프 측에서 직접 찾아온 구매자 일부에게 환불을 진행했다는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티몬에서 환불받지 못한 구매자들까지 위메프 본사로 몰려들면서 현장은 한 때 아수라장이 됐다.

'티메프' 발 정산대금 지급 지연사태의 여파로 판매자·구매자의 이탈 러시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장을 찾아 일부 구매자들이 환불받았다는 인증 글이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위메프는 이날 현장에 도착한 인원들의 구매 내역을 확인한 뒤 오전 10시 30분까지 15차 환불을 진행했다.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오전 기준 500여명의 구매자가 환불받았다"면서 "현장에 찾아오지 않더라도 여행상품 등을 우선하여 환불을 진행하고, 일반 상품도 이른 시일 내 환불하기 위해 카드사와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벽 2시 30분께 위메프 본사에 찾은 박모 씨(36)는 이날 4시간 30분만인 오전 7시 13분께 300여만원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 씨는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 위해 두 달여전 상품을 구매했다가 사태가 터진 걸 보고 본사에 찾아왔다”면서 “현장에라도 왔으니 망정이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절대 환불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와 같은 환불 사례가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먼 지방에서부터 위메프 본사를 찾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온라인 카페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1500여명이 모인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선 “지금 부산에서 출발하려고 한다”, “오후 반차를 쓰고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면 되냐”는 식의 메시지 수십 개가 연이었다.

현장에 인파 몰리면서 안전 문제 우려도 나왔다. 일부 구매자는 환불이 진행되지 않자 위메프 본사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도 펼쳐졌다. 한 구매자는 “XX, 내 돈 내놓으라고”,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니냐”며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못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자 경찰차 다섯여대가 본사 앞에서 대기하며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피해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경찰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구매자들이 붐빈 것은 티몬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신사동 티몬 본사 앞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구매자 30여명으로 가득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이들은 건물 주변에 앉아 티몬 측의 대응을 기다렸다.

다만 이날도 티몬 본사는 굳게 잠겨 있었다. 1층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카페는 조명이 꺼진 채 텅 비었고, 5층까지 이어지는 회사 사무실 창문에는 흰 커튼이 빽빽이 쳐져 있었다. 건물 후문에는 '부재중인 관계로 배달을 안내드린다'는 우편문 도착안내서가 붙었다.

회사 개방에 대비해 소비자들끼리 순번을 명단으로 적어내는 풍경도 연출됐다. 서울 상봉동에서 온 김용환 씨(43)는 "아침 7시부터 기다렸지만 회사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며 "혹시나 오가는 직원이 있을까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세종시에서 온 김모씨(41)는 "온라인으로는 계좌 등록조차 되지 않는다"며 "여행 상품 350만원을 결제했는데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티몬 측으로부터 대응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은 그대로 위메프 본사로 몰리기도 했다. 대표가 직접 나서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위메프와 달리 티몬 임직원이나 회사 차원에서 소비자들을 응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위메프 측은 "티몬은 위메프와 별개 법인으로, 티몬에서 구매한 상품을 위메프에서 환불 접수는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환불을 받기 위해 위메프 본사를 찾은 일본인 나구모료꼬 씨는 "일산에서 출발해 티몬 본사에 찾아갔다가 아무도 대응을 해주지 않아 위메프로 왔다"면서 "40만원이란 작다면 작은 돈이지만 뭐라도 해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판매대금으로 구매자들의 환불대금을 반짝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두 플랫폼이 여유 자금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에도 수십~수천만 원에 달하는 구매자들의 금액을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오전 류 이사는 "지난주까지 위메프 정산 지연금은 400억원이었는데 현재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미정산금은 1000억원 정도”라며 “정산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는 중”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박시온 기자 si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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