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이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25일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 계열 온라인쇼핑몰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 관련 브리핑을 열고 "구체적인 사태의 원인은 점검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큐텐의 해외 판매 대금 정산이 미납되며 시작됐고, 이달 초부터 위메프, 최근 티몬까지 정산 지연 사태가 번졌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다.
이 수석부원장은 "업체(위메프와 티몬)가 보고한 미정산 금액 규모는 언론 보도에 나온 1600억~1700억원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규모는 현장 점검반이 가서 검증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큐텐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앞서 큐텐이 판매자 보상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큐텐은 이달 말까지 정산 완료, 지연이자 10% 지급, 판매수수료 3% 감면 등 판매자 보상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에 대해 이 수석부원장은 "금감원이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며 "그간 티몬·위메프에 대한 점검은 e커머스 업체로서가 아니라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업) 기업으로서 접근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티몬·위메프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오픈마켓)과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다.
아울러 이 수석부원장은 향후 판매대금이 정산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금융사와 에스크로 계약 체결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금감원 직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이 위메프 및 티몬에 입점해 정산지연 규모, 판매자 이탈현황, 이용자 환불 요청 및 지급 상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위메프가 판매자에 지급하지 않은 금액은 369억원이다. 미정산금에 대해 이 수석부원장은 "미정산 금액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구체적인 금액은 현장 점검반의 점검이 진행돼야 파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 당국과 정부는 소비자 피해 예방 및 판매자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 및 판매자가 신속히 민원을 접수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 민원접수 전담창구를 이날부터 설치·운영한다. 또 상품권 및 여행상품 등 결제에 관련된 신용카드회사 등에서도 고객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환불 지연·거절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지원을 위해 이날부터 한국소비자원에 전담팀을 운영한다.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집단 분쟁 조정도 준비한다. 추후 상황을 감안해 민사소송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 관련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업체에서 보고한 내용 등에 기초해 파악하고 있는데, 현장에 나가서 그 숫자가 적정한지 등 실제성에 대한 점검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큐텐의 정산 지연이 1년 전부터 있었는데, 금감원의 점검이 늦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2022년 6월부터 e커머스 업계 경쟁이 심화하며 재무 상황이 악화했고, 이후 경영개선협약을 맺어 관리해왔다"며 "정산 지연 문제는 이번 달부터 구체적으로 관리해왔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티몬·위메프의 선불충전금에 대한 관리에 대해선 "전자금융법(전금법) 개정안 시행 전이지만, 감독 당국이 이전부터 지도 형태로 관리하고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피해가 크지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머지포인트 사태 당시 재발 방지를 약속한 금감원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이 원장은 "이유 막론하고 국민들께 부담드리고 걱정 끼쳐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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