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부활한 '센강 수영'…낭만적이라고요?

입력 2024-07-25 17:44   수정 2024-07-26 02:16


2017년 페루 리마. “환경 보호를 위해 탄소배출을 최소한도로 줄여 올림픽을 진행한다”는 슬로건으로 프랑스 파리가 2024년 하계 올림픽 개최 도시로 결정됐다. 지난 7년간 파리 시청과 프랑스는 친환경 올림픽 준비에 온 힘을 기울였다. 탄소배출을 최소한으로 줄여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는 생각지 못한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동반됐다. 시내 교통 체증을 최소화하고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파리 시내에 가설 경기장을 짓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했다. 이런저런 공사로 지난 몇 년간 파리의 공사장 수는 연평균 6000개가 넘었다고 한다.
택배도, 자동차도 사라진 파리 시내
앵발리드, 콩코르드 광장, 샹드마르스 등에 가설 경기장과 관람석을 만들기 위해 지난 5월부터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인근 지하철역도 폐쇄됐다. 서울광장에 경기장을 설치하기 위해 남대문, 명동, 종로, 경복궁 쪽에서 진입하는 도로를 4~5개월간 모두 통제하고 인근 전철역도 운행을 중지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파리 도심 경기장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시청에서 QR코드를 발급받아야만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차량 통제로 택배도 받을 수 없다. 올림픽으로 큰 수익을 올리길 기대한 상인들은 되레 걱정이 크다. 노천 테라스 카페가 폐쇄되고 차량과 보행자 출입이 금지돼 손실이 큰 데다 경기장 인근 노천 재래시장은 올림픽으로 인해 160일간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상인들은 정부를 대상으로 영업 손실 보조금을 요구하고 있다.

7월 18일부터 오프닝까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센강의 37개 다리 중 4개만 QR코드 없이 통과가 가능하다. 서울에 비유하면 강북과 강남이 1주일간 사실상 두절된 것이다. 올림픽 경기장 입장 통제와 안전을 위해 설치된 4만4000개의 철망 때문에 관광객들은 유명 관광지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지하철과 대중교통 요금이 두 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선수촌에 감자튀김·아보카도 ‘아웃’

친환경을 실천하고 탄소 발생 수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선수촌에서도 볼 수 있다. 선수촌의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감자튀김 같은 튀긴 음식은 식단에서 제외했다. 프랑스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푸아그라는 동물 보호 차원에서 제공하지 않으며, 재배 시 물이 많이 필요하고 대륙을 건너 수입하는 아보카도도 식단에서 뺐다. 탄소 발생 수치를 줄이기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도 설치하지 않았다. 친환경 정책이라는 명분 앞에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친환경 올림픽 준비 중 가장 큰 이목을 끈 프로젝트는 센강 정화 작업이다. 센강 오염의 주원인인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5만㎥ 부피(올림픽 수영장 20개 규모)의 센강 수질 정화 시설 공사에 파리시는 무려 14억유로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


지난 10일 오륜기가 설치된 에펠탑이 보이는 센강변에 강물을 판매하는 매대가 설치됐다. 한 병을 무려 10유로에 판매하다 경찰이 출동해 두 시간 만에 철수했다. 사실 프랑스 스트리트 아티스트 제임스 코로미나의 퍼포먼스(사진)였다. 올림픽 3종 경기와 오픈워터 수영 경기를 위해 센강 수질 정화 시설 공사에 막대한 금액을 써버린 파리시를 비난하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 한 예술 행위였다고.
센강 수영…폭우 오면 못 한대요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수질이 개선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올림픽 전 센강에서 수영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수질 검사 결과가 좋지 않고 폭우로 물살이 강해져 여러 차례 시범 수영을 미뤘다. 그러다 올림픽 개최 9일 전인 지난 17일 올림픽 조직위원회 대표인 토니 에스탕게와 시청 옆 센강에서 시범 수영을 할 수 있게 됐다. 다행히 박테리아 수치가 떨어져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만약 경기 2~3일 전 폭우가 오면 물속 박테리아가 수면으로 올라와 정화된 센강과 섞여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센강 수질이 영구적으로 정화된 것도 아니고 기후 변화에 좌우되기 때문에 많은 프랑스인은 시범 수영이 단순한 정치적인 연출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센강에서의 수영 경기에 파리 시민들은 왜 이렇게 민감할까. 이제 바닷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비키니는 사실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탄생했다. 루이 레아르가 1946년 7월 5일 몰리 토르 수영장에서 선보였다. 비키니라는 이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핵폭탄 실험 장소였던 태평양 마셜제도 비키니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비키니! 첫 번째 핵폭탄”이라는 광고 슬로건으로 비키니가 핵폭탄과 같은 충격적인 파급력을 가져올 것을 예상한 작명. 여성들이 배꼽을 내놓은 최초의 수영복을 만들고 뛰어난 마케팅으로 성공해 패션 역사에 기록됐다.

센강에서의 수영은 100년 전인 1923년에 금지됐다. 1990년에도 자크 시라크 당시 파리시장이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실패했다. 이달고 시장은 올림픽 이후 2025년 센강에서 파리 시민들이 수영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파리 시민들이 감수해야 했던 ‘올림픽 준비의 피로감’을 완전히 잊을 만큼 센강의 멋진 개막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내년 여름엔 비키니를 입고 센강에서 수영하는 파리지앵을 볼 수 있을까.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이 친환경 올림픽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지 오늘 밤 공개된다.

파리=정연아 패션&라이프 스타일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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