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하고 잠수 타더니…"당장 입금해" 사장님은 속수무책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입력 2024-07-28 06:50   수정 2024-07-28 10:37


"새로 뽑은 알바생이 딱 하루 일하고 잠수를 탔습니다. 첫날부터 쭈뼛쭈뼛하고 말투는 틱틱거리더니, 갑자기 새벽 2시에 전화가 와서 돈이 급하다며 당장 일당을 입금해 달라더군요. '지금 몇시인줄 아냐, 계약서대로 다음달 10일에 입금 된다'고 대답했더니 소리를 지르더군요. 나중엔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신고하겠다길래 그렇게 급하면 직접 받으러 오라고 해서 만났습니다. '하루 일하고 관두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보통 알바 첫날 가면 할줄 아는 게 없으니까 시키는 것도 별로 없고,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하루 임금 받고 또 다른 알바 구해서 하루 일하고 관두는 걸 반복한다'고 하더군요. 돈 급할 땐 'X꿀'이라면서 실실 웃는데 참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한 자영업자의 하소연이 올라와 화제다. '이런 식으로 한달에 100만원을 벌었다'는 알바생의 말에 사장님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댓글란에는 이런 알바생들에 대한 '참교육 방법'이라면서 "알바비를 일부만 입금해 주면 처벌은 되지 않는다" "근로 계약서에 일정 기간 채우지 못하고 나가면 손해배상 조항을 넣어라" "교육 기간은 돈을 안 줘도 된다"는 식의 '공감 댓글'이 달리고 있다. 사실일까.

글에 담긴 사정만으로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지만, 알바생이 스스로 그만둔(사직) 것을 전제로 1일분 일당을 입금해달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화제 글의 사장님처럼 계약서에 쓰인 '임금 지급 기일'까지 기다리라고 했다가는 임금체불에 해당할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한다.

근로자가 사직 등의 사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했으면 근로기준법상 36조(금품청산) 규정이 적용된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만약 근로자가 8월 1일 하루 일하고 사직했다면 늦어도 15일이 지나기 전에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자영업자가 '계약서 조항'만 믿고, 무엇보다 '괘씸한 마음'에 임금 지급을 늦추는 경우가 있지만 엄연히 위법이다. 사업주들이 가장 많이 단속되는 조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공인노무사는 "일반적으로 '잠수'를 타는 직원들은 계좌번호를 남기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에도 확보한 연락처로 문자, 이메일, 내용 증명 등을 보내 '임금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14일이 지나도 법적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을 준수하지 않거나 며칠 만에 그만둘 경우 임금을 주지 않거나 손해배상을 한다'는 조항을 넣는 것도 위법이다. 근로기준법 20조 '위약 예정의 금지' 규정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즉 손해배상 조항이나 임금 공제 조항을 근로계약서에 넣어도 위법(불법) 조항이기 때문에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이 역시 '임금체불'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 기간에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거나 적게 줘도 된다는 조언도 사실로 보긴 어렵다. 물론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3개월 수습 기간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의 90%로 감액된 임금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도 미리 합의를 해야 하며 임의로 삭감할 수는 없다.

이런 합의가 없이 '오늘부터 출근하라'는 형식으로 교육을 했다면 당연히 근로계약서에 쓰이거나 공고한 정상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실제로 법원은 한 PC방 점주가 경력직이라며 취업한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따로 불러 이틀 동안 교육한 것에 대해서도 "업무수행 수준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구체적인 업무 지시의 일환으로 한 것"이라며 근로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고용부 행정해석(근로개선정책과-2570, 2012.5.9)은 "교육이 본래 근로에 준하는 직무교육의 성격이고, 교육생에게 해당 교육을 반드시 이수토록 하고 있고 교육 참석이 회사의 지시, 명령으로 이뤄지는 경우에는 교육생과 회사 간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것이므로 교육생은 근로자에 해당하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같은 결에서 보면 근로계약서도 알바생 계약 첫날에 작성해 놓는 게 좋다. 일당 등을 두고 갈등이 번져 상황이 악화했을 때 근로자가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이유로 신고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17조 위반으로 벌금형에 처할 수도 있다.

참고로 근로자를 반복적으로 골탕 먹이는 알바생들에게 당한 동네 사장님들끼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공유했다면, 근로기준법 제40조 '취업 방해 금지'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일용직 현장에서는 일을 시작한 첫날엔 안전교육과 건강검진만 받은 후 1~2시간 정도 일하면 하루 일당이 나온다는 점을 악용해 건설 현장마다 다니며 그런 행위를 반복하는 사례가 있다"고 귀띔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현장에서는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사람을 뽑는 게 급해서 기초적인 근로기준법을 미처 준수하지 못하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며 "최근엔 알바생들도 근로기준법이나 기본적인 노동법을 잘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에 따라 정확히 근로관계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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