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비트코인을 달러 또는 금 같은 준비자산으로 편입하는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준비자산이란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대외 결제를 위해 보유하는 자산으로 통상 달러 같은 기축통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금이 그 역할을 한다. 암호화폐업계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에 포함하는 구상을 밝힐 것으로 기대했다.
그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호화폐산업을 적극 육성해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100여 년 전의 철강산업”이라며 “암호화폐를 다른 나라가 아니라 미국에서 채굴하게 해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이자 슈퍼파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을 암호화폐산업 선도 국가로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암호화폐와 비트코인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그렇게 할 것”이라며 “중국이 장악하게 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암호화폐업계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을 크게 늘릴 것이며, 발전소 건설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또 “재임 기간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여러분의 기대를 넘어 그 어느 때보다 치솟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 암호화폐를 사기(scam)로 규정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를 원하는 암호화폐업계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를 대거 후원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업계에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에 성난 미국 암호화폐 기업과 경영자, 투자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불참하긴 했지만 해리스 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선 암호화폐업계 판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 암호화폐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 등과 접촉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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