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셀러) 지원에 최소 5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출 위주의 지원이어서 숨통을 잠시 틔우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티몬·위메프의 모기업 큐텐이 신속하게 자금 조달에 나서 정산하는 게 급선무인데,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 자금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정산 지연 또는 긴급경영 안정자금 대출 한도 내에서 저금리로 대출해준다. 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과 최소 3000억원 규모의 협약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사 등 관광 사업자 대출에 대해 이차보전(이자 차액 보전 제도)을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피해 기업의 대출과 보증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하고, 종합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납부 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소비자 대책도 나왔다. 여행사·카드사·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협조를 통해 신속한 환불 처리를 지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개 PG사 중 8곳(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NICE페이먼츠·다날·토스페이먼츠·NHNKCP·NHN페이코·스마트로)은 소비자에게 직접 카드 결제 취소 요청을 접수·안내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환불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하루 만인 이날부터 일부 소비자에게 결제액을 돌려주고 있다. 나머지 3곳(KG이니시스·한국정보통신·헥토파이낸셜)도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할 계획이다.
티몬·위메프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이 있다. 큐텐은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큐텐의 재무구조가 취약해 자금 동원 능력에 많은 의구심이 있다. 2021년 기준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5177억원)가 유동자산(1454억원)의 3.5배에 이른다. 누적 결손금도 4316억원에 달했다. 핵심 자회사로 꼽히는 물류기업 큐익스프레스도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2022년 기준 매출 5126억원을 거두고도 영업손실이 537억원에 달했다. 이 탓에 금융당국에 “관계사를 통해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겠다”고 했음에도 신뢰가 안 간다는 반응이 많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e커머스에 대한 불신도 확산하고 있다. 큐텐과 비슷한 사업모델을 갖춘 11번가와 G마켓의 앱 일간활성이용자(DAU)는 이달 들어 각각 10% 이상 감소했다. 셀러들이 일부 이탈하면서 이용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11번가와 G마켓은 지난해 각각 1258억원과 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안재광/박상용/서형교 기자 ahn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