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경기장 재현·슈팅봇과 훈련 지원…'신궁 시스템' 일군 현대차

입력 2024-07-29 18:05   수정 2024-08-06 16:18


“제가 할 수 있는 건 뒤에서 다 할 생각입니다. 선수들이 건강하게 남은 경기 잘 치르도록 열심히 돕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8일(현지시간) 한국 여자 양궁 대표선수들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취재진이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 회장은 이날 한국 선수들과 함께 앵발리드 경기장을 끝까지 지켰다. 글로벌 3위 자동차그룹을 이끄는 수장이지만 올림픽이 시작되면 만사 제쳐놓고 양궁 경기장을 찾는다. 2021년 도쿄올림픽 때도 그랬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궁 신화 뒤엔 현대차그룹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 자리를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40년째 대한양궁협회를 후원하는 현대차그룹을 꼽는 이유다. 단일 종목 후원으로는 국내 기업 중 최장이다. 정 회장은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20년째 양궁협회를 이끌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양궁협회 등에 직접 지원한 금액만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차의 양궁 지원이 주목받는 건 단순히 돈을 많이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 및 코치들과의 소통을 통해 필요한 것과 부족한 것을 파악한 뒤 체계적으로 돕는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파리올림픽을 위해 충북 진천 선수촌에 프랑스 파리의 양궁 경기장인 앵발리드 양궁장과 똑같은 시설을 조성해준 게 대표적인 예다. 양궁이 당일 컨디션과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멘털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해 선수들이 미리 경기장 특성을 몸에 익히며 체계적으로 연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멘털 관리를 위해 스포츠심리 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를 파리올림픽에 동행시켰다. 선수 몸에 붙이지 않고도 심박수를 알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 선수단에 지원했다. 여기에 파리올림픽에서 예상되는 음향과 방송 환경을 조성해 모의대회를 수차례 열었고,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1 대 1 대결을 하도록 했다. 리우올림픽이 열린 2016년 브라질 치안 불안을 감안해 투싼을 방탄차로 개조한 뒤 선수단을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실어 나르기도 했다.

지원 대상을 ‘메달권 선수’에게만 국한하지 않는 것도 현대차의 차별화된 후원 정책이다. 국내 최대 규모 양궁대회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신설했고, 이와 동시에 생활체육대회 및 동호인 대회를 창설했다. 학교 체육 수업에 양궁을 포함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일부 지역 중학교에서 시작해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이나 체육 수업에서 양궁을 가르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지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양궁 60주년 행사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공정하게 경쟁했는데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면 괜찮다”며 “중요한 건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는 것으로, 그게 바로 스포츠의 가치와 의미”라고 했다.

‘지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선수들이 실력을 쌓는 데 전력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파벌싸움, 불합리한 관행,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양궁엔 없는 이유다. 도쿄올림픽과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자 양궁협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러 그해에 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들을 뽑았다. 이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남수현 선수도 이때 기존 금메달리스트들을 제치고 선발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양궁 60주년 행사에서 “중장기적으로 우리 양궁은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양궁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양궁협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혁신에 앞장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후/김진원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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