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악수 거부했던 우크라 펜싱 스타…조국에 첫 메달 [2024 파리올림픽]

입력 2024-07-30 07:15   수정 2024-07-30 07:16


펜싱 세계선수권대회 중 러시아 선수와의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악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던 우크라이나 선수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조국에 첫 메달을 안겼다.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 준결승에서 한국의 최세빈을 15-14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를란의 동메달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처음 치른 올림픽에서의 첫 메달이라 의미가 있다.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 중이다.

자신이 딴 메달의 가치를 알고 있던 하를란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감격한 듯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손을 가렸고,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에 입을 맞췄다. 전쟁의 수난을 아는 관중들도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을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펜싱 스타인 하를란은 2008년 베이징,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에서 각각 금메달, 은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올림픽 개인전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랬던 그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소위 '악수 거부' 사건 때문이다. 하를란은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펜싱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64강전에서 러시아 출신 선수 안나 스미르노바와 대결을 펼쳤다.


당시 경기에서 하를란은 미르노바를 15대 7로 꺾었다. 경기를 마친 뒤 스미르노바가 하를란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하를란은 자신의 세이버(펜싱용 검)를 내민 채 스미르노바와 거리를 뒀고 끝내 악수를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후 스미르노바는 하를란의 행동에 약 45분간 항의했고, 결국 하를란은 실격 처리됐다.

국제펜싱연맹(FIE) 경기 규정에는 경기 결과가 나온 뒤 두 선수가 악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하를란이 이를 어겼다는 게 실격 처리됐던 이유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실격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세계랭킹 포인트를 딸 기회가 사라진 하를란에게 올림픽 출전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를란은 악수 거부 사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은 무척 힘들면서도 중요한 날이었다. 오늘 일어난 일은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며 "그 선수와 악수하고 싶지 않았고, 그 마음대로 행동했다. 그들이 저를 실격시키려 한다고 들었을 땐 비명을 지를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