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한 한국 남자 양궁의 김제덕(20·예천군청)이 손등에 벌이 앉은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10점을 쏴내 화제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 김우진(청주시청), 이우석(코오롱), 김제덕은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 결승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5-1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남자 양궁은 올림픽 단체전 3연패 쾌거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같은 날 치러진 8강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6-0으로 완파했지만, 중국과의 준결승전 맞대결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과의 1세트에서 한국은 첫 3발을 9점-9점-8점을 쏴 다소 아쉬운 점수를 냈다. 결과는 54-54 동점으로 중국과 1점씩을 나누어 가진 채 출발했다. 곧 한국은 2세트에서 57-54로 승점 2점을 가져왔다.
이어진 3세트에서 한국은 마지막 2발을 남긴 채 36-53 스코어가 됐다. 남은 두 발에서 18점만 올리면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사선에서 슛 자세를 취하고 있던 김제덕의 손등에 벌이 날아들었다. 벌은 활시위를 잡은 김제덕의 오른손등에 앉아 있다가 곧 조준점 사이를 날아다녔다. 이 모습은 TV 중계화면에도 고스란히 잡혔다. 특히 마지막 한 발이 압권이었다. 슛 자세를 취하고 있던 김제덕의 오른손등에 벌이 앉은 것이다. TV 중계화면으로도 벌의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제덕은 흔들리지 않았고 10점 과격에 명중시켰다.
양궁 팬들은 "김제덕 선수가 좀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벌이 있었더라. 대단한 침착함이다"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김제덕은 경기 직후 "사선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벌이 있었다. 쫓아낸 다음에 섰는데 벌이 그대로 따라오더라. 입술에 뽀뽀했다고 해야 하나. 입술에 붙었었다. '올림픽이다'라는 생각하면서 '(팔을) 내릴 수가 없다. 안 쏠 수가 없다'는 마음가짐이 컸다. 어떻게든 잡아서 10점을 쏘고 싶었다"며 "그 한 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피해를 끼치기 싫어서 끝까지 잡고 쐈다. 10점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믿음을 가지고 쐈던 10점이 저한테는 좋은 감각이 나왔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양궁 대표팀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한밤 공동묘지 왕복, 옷 속에 뱀 집어넣기, 뱀 풀어놓은 동굴에서 훈련하기 등 엽기에 가까운 담력 훈련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관중들의 소음과 거센 바람 속에서도 과녁을 맞히는 특수 훈련도 포함된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로 1985년부터 40년간 대한민국 양궁을 후원 중인 현대차그룹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한국 양궁에 힘을 실어줬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의 후원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는 지난 도쿄올림픽이 끝난 직후 파리올림픽을 준비했다. 훈련 장비 기술 지원부터 축구장 소음훈련을 비롯한 특별 훈련들, 파리 현지에서의 식사, 휴게공간, 전용 훈련장까지 모든 부분에서 선수들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파악했다.
대표적인 것이 파리대회의 레젱발리드 양궁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한 것이다. 이 경기장에서 국가대표팀은 경기장의 특성을 몸에 익히며 체계적인 연습을 진행했으며, 실제 대회를 비슷하게 재현한 환경에서 모의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파리 현장에서도 레젱발리드 경기장에서 약 10여㎞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휴식과 훈련을 위한 시설들이 갖춰진 곳으로, 선수들은 지난 16일 일찍 현지에 도착해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했으며 시차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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