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의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팝아트 전설'의 세계

입력 2024-07-30 17:41   수정 2024-07-31 02:31


앤디 워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팝아트의 거장’. 대중매체에서 빌려온 이미지로 날 선 질문을 던지는 ‘시각적인 시인’. 미국 뉴욕의 옥외광고업계를 주름잡고 카셀 도큐멘타 6(1977)와 베네치아 비엔날레(1978) 등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제임스 로젠퀴스트(1933~2017)의 여러 수식어 중 일부다.

명성과 별개로 그동안 그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된 경우는 드물었다. 1989년 단체전과 1995년 개인전이 전부였다. 길게는 수십m에 달하는 작품 크기가 한몫했다. 서울 새문안로 세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제임스 로젠퀴스트: 유니버스’는 넉넉한 공간에서 그의 대표작 29점과 아카이브 자료 39점을 만날 기회다.

거대한 규모와 추상적 상징으로 특징되는 그의 작품에는 굴곡진 인생사가 투영됐다. 작가는 1933년 미국 노스다코타의 대평원에서 태어났다. 뉴욕으로 미술 유학을 떠났다가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학업을 포기하고 뉴욕의 네온사인 제작회사 아트크래프트슈트라우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타임스스퀘어의 옥외광고를 그렸는데 1960년 건물 외벽에서 작업하던 동료 두 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그의 아내와 아들은 교통사고를 당했고 아들은 뇌 손상으로 쓰러졌다. 2009년에는 산불이 일어나 그의 땅과 집, 스튜디오 그리고 상당수 작품이 불에 탔다.

전시 가운데 가로 6.1m 세로 2.74m에 이르는 ‘우주를 응시하는 부유한 사람’(2011)은 후기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전까지의 섬세한 기교 대신 감정에 충실한 붓 터치가 눈길을 끈다. 군데군데 물감이 튀고 덜 섞인 물감을 거칠게 바른 모습이다. 전시는 작가의 유작으로 알려진 ‘본질적 존재’(2015)로 마무리된다. 화면 가운데 관객을 비추는 거울을 중심으로 펼쳐진 유리 파편은 각각 하나의 멀티버스를 상징한다. 전시는 오는 9월 29일까지.

안시욱 기자

<제임스 로젠퀴스트에 대한 보다 상세한 기사는 지난 29일 발간된 ‘아르떼’ 매거진 3호(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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