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주춤하자…'美 스몰캡 전환사채'로 돈 몰린다

입력 2024-07-30 17:44   수정 2024-07-31 03:13

미국 금융시장에서 전환사채(CB)가 급부상하고 있다. 오는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앞두고 빅테크에서 중소형주로 순환매(로테이션)가 이뤄지면서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CB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려는 기업 수요까지 맞물리며 CB 발행 규모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486억달러 발행
29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정보 제공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상장 기업이 발행한 CB는 총 486억달러어치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이 자금 확보를 위해 CB 발행에 뛰어들던 2020~2021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2020~2021년 CB 발행 호황기 때와 다른 이유로 CB가 주목받고 있다. CB를 발행하는 기업과 CB를 사들이려는 투자자 모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CB는 주식과 채권 특성을 모두 지닌 ‘메자닌’(주식 관련 사채) 상품이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시장 조정기엔 채권으로 있다가 주가 상승기엔 주식으로 바꿔 수익을 노릴 수 있다. 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차입 비용 절감으로 중소기업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중소기업에 자금이 몰리면서 CB의 잠재적 수익률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들어 뉴욕증시도 기존 빅테크로 대표되는 대형주에서 소형주로 ‘대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펀드스트랫의 공동 창업자 톰 리는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가 다음달 15%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셀2000지수는 이달 들어 10% 가까이 올랐다. 빅테크 등에서 빠진 자금이 금리 인하 수혜주로 꼽히는 중소형주로 몰린 덕분이다. 최근 몇 년간 러셀2000지수는 부진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차입 부담이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지목됐다.

CB는 주가 상승에 따른 잠재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금 보호 수단까지 갖췄다. 주가가 목표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CB 만기 때까지 기다린 뒤 이자를 받으면 된다. CB 투자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올 들어 CB에 집중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3억6700만달러가 쏟아져 들어왔다.
자금 조달 비용 대폭 절감 기대
기업으로서도 CB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된 CB의 평균 금리는 연 2.6%가량으로, 정크본드(투기 등급 채권)의 평균 금리(연 8%)보다 훨씬 낮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기업으로선 자금 조달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리프트는 2029년 만기로 CB를 4억6000만달러어치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연 0.625%에 그쳤다. 미국 소셜미디어 스냅챗 모회사인 스냅도 5월 2030년 만기로 7억5000만달러어치 CB를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연 0.5%다. 낮은 조달 비용 덕분에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도 CB 발행 대열에 잇따라 합류하고 있다. 5월 알리바바, 제이디닷컴, 트립닷컴이 83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몇 주 동안 뉴욕증시에서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좋은 성과를 내 투자자들이 CB에 베팅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기업들도 CB 발행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이 최소 몇 주 이상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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