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아디제 와인에는 ‘알프스 향기’ 가득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입력 2024-08-12 09:39   수정 2024-08-12 09:40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25>


와인모임 멤버 이혜린(가명) 씨의 평생소원은 만년설 덮인 알프스 여행이다. 우연히 TV 영상에서 본 기암괴석 절경에 마음이 닿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가의 여행 경비가 발목을 잡았다. 고민하던 중 광활한 알프스 산맥이 스위스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7개국 국경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히 이탈리아 동북부로 떠나는 알프스 여행의 경우 저렴한 경비는 물론 유명 와이너리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 이 씨는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 이번 여행에는 이탈리아 동북부 맨 끝에 위치한 알토아디제까지 포함시켰다. 그곳은 어떤 곳이고 와인은 어떤 맛과 향기를 지녔을까.

알토아디제 와인협회는 7월 중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지역 와인 홍보 겸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 강의를 맡은 안드레아스 코플러 협회장은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알토아디제 와인의 최대 경쟁력은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곳 와이너리는 해발고도 200~1000m에 위치한 7개 지역에서 모두 20여 종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포도밭 총 면적은 5800헥타르. 이탈리아 전체 와인 산지의 1%에 불과하지만 98%가 DOC(이탈리아 와인 4개 등급 중 상위 두 번째)를 받은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 품종은 피노 그리지오와 샤도네이, 게부르츠트라미너, 피노 블랑, 소비뇽 블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외에 뮐러 투르가우, 리슬링, 실바너도 재배한다. 레드 와인 역시 토착품종인 스키아바와 라그레인을 비롯해 피노 누아,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등 다양하다.

기후와 토양 역시 독특하다. 낮에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류의 영향을 받지만 밤에는 알프스 계곡의 차갑고 건조한 바람 때문에 일교차가 크다. 이는 포도의 산도와 당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일 문화권인 이곳의 연간 와인 생산량은 4000만 병, 그중 화이트 와인이 65%를 차지한다. 테이스팅 행사에서는 모두 9개 종류의 와인을 선보였다. 그중 지역 특성이 두드러진 3개 종류를 소개한다.

먼저 코넬호프 와이너리의 ‘오버베르그 소비뇽 블랑’. 강한 풀 향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내에서 흔히 보이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는 상당한 차이가 났다. 첫 모금에서 쌉쌀한 맛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함께 잡혔다.

시간이 좀 지나자 자몽이나 구스베리 등 잘 익은 열대과일 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마지막 모금에서는 리츠 향 때문인지 입안 보디감도 좋았다. 그에 비해 미네랄리티는 적은 편.

이 와이너리는 점토 비율이 높은 자갈 토양으로 해발 450m에 위치한다.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6개월 발효. 함께 먹으면 어울리는 음식으로 조개와 갑각류, 가벼운 고기, 구운 생선을 추천했다.

다음은 게뷔르츠트라미너. 비냐 콜벤호프 와이너리 제품이다. 특유의 리치 향을 맡고 단박에 품종을 알아맞혔다. 초반 열대과일 바나나와 망고 맛을 쉽게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모금부터는 재스민 향이 강하게 올라온다.

산도는 중간. 게뷔르츠트라미너치고는 좋은 편이다. 와인 메이커의 처절한 노력이 눈에 선하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은 이 품종의 본고장은 알토아디제 마을 트라민(게뷔르츠트라미너의 옛 이름)이다.

마지막 마무리는 이곳 토착품종인 스키아바의 ‘조세프 브리글, 비냐 빈데그’ 레드 와인. 단 냄새가 강하고 컬러도 환상적이다. 그러나 막상 첫 모금에서는 가벼운 스타일의 산도 감이 나타났다.

이 세상 누구라도 만년설 덮인 돌로미테 절경을 바라보며 와인 한 잔 마셨다면 그 경험은 스틸 사진처럼 평생 남을 것이다. 그리고 알토아디제 와인을 마실 때마다 그날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목소리 커지지 않을까. 아주 행복한 하루였다고.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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