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산분할 '쩐의 전쟁'…이혼소송 판이 커진다

입력 2024-07-31 17:52   수정 2024-09-03 10:01


SK그룹,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등 기업 오너의 수조원대 재산분할 소송부터 일반인의 ‘조용한 이혼’까지 이혼 법률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대형 로펌들이 앞다퉈 가사·상속 전문팀을 확충하는 이유다. 이혼전문 변호사는 3년 새 64% 늘었다.
○이혼 분야 뛰어드는 변호사들

31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이혼 전문 변호사는 2021년 517명에서 올해 851명으로 급증했다. 사회적 인식 변화와 자산 증식으로 이혼 소송을 원하는 의뢰인이 크게 늘면서 이혼 분야에 뛰어드는 변호사도 덩달아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부터 일반 개인까지 재산분할 이혼 사건이 늘면서 관련 법률시장이 수년 새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의 급증은 이 분야의 높은 수익성과도 관련이 있다. 한 로펌 변호사는 “이혼 사건은 조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회전율’이 높아 로펌에서 선호하는 분야”라며 “형사 사건에 비해 비교적 난도가 낮고 성공보수가 높은 것도 메리트”라고 귀띔했다.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이혼소송의 경우 변호사는 재산 분할액의 1~10%를 성공 보수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은 크게 협의 이혼과 재판상 이혼 두 가지로 나뉜다. 협의 이혼은 부부가 재산분할과 양육권에 대해 합의한 뒤 이혼하는 절차다. 부부가 재산분할과 양육권을 두고 의견이 서로 다르면 법정 다툼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이혼 소장만 접수한 뒤 재판에 들어가기 전 합의를 통해 이혼하는 ‘조용한 이혼’이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2년 접수된 가사사건 17만7310건 중 9만2937건(52.4%)이 정식 재판을 하지 않고 합의로 마무리된 비송사건으로 처리됐다. 이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이혼소송을 피하려는 경향을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도 이혼전문 변호사들은 수임료를 챙긴다.
○SK그룹 이혼소송에 율촌 합류
기업인 이혼은 단순 재산분할을 넘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 대형 로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가사 사건을 수임하지 않던 주요 로펌도 가사·상속 분야 전문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법무법인 율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1조3000억원대 재산분할 이혼 소송 상고심에 합류했다. 최 회장은 율촌의 이재근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와 김성우 변호사(31기) 등을 추가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태평양·세종 등 대형 로펌으로부터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상고이유서 시안을 받아 검토했으나, 율촌이 최종 낙점됐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에는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원 등이 포진해 있다.

자산 규모가 약 5조원으로 추산되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배우자 이모 씨의 이혼 소송도 ‘전관 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권 CVO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화우의 이수열·양소라 변호사를, 이씨 측은 이혼계의 ‘스타변호사’로 알려진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씨 측 변호인단에는 법무법인 존재와 가온도 합류했다.

이들의 이혼 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원정숙)는 지난 19일 대신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가진 부동산 재산을 4000억원대로 평가받았다. 수조원에 이르는 스마일게이트 법인과 비상장 주식의 감정평가도 이르면 9월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권용훈/김소현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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