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발표를 앞둔 31일 낮 12시 일본은행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접속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몇 분 뒤 복구되긴 했지만 지난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때도 일어나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7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30% 정도에 그쳤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은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7월 금리 인상에 반신반의하던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 움직임이 확산하며 물가의 기조적 상승과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NHK는 “일본은행의 목표는 물가와 임금이 모두 상승해 경제 선순환을 이루는 형태”라며 “임금 상승 움직임이 확산해 드디어 목표 실현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압박도 있었다. 일본 집권 자민당 2인자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22일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일본은행에 대해 “단계적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6월 27일~7월 29일 환율 개입(엔 매수·달러 매도) 총액이 약 5조5000억엔이라고 발표했다. 4~5월(약 9조7000억엔)에 이어 또 개입한 것인데, 그럼에도 엔저가 멈추지 않자 일본은행의 역할을 촉구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양적 긴축’도 결정했다. 그동안 월 6조엔 정도 국채를 매입했지만, 분기별로 4000억엔씩 줄여 2026년 1분기 월 3조엔 정도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600조엔에 달하는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규모는 7~8%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금리 인상이 완만하게 회복 중인 일본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임금이 하락하면서 개인소비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에다 총재는 이에 대해 “소비가 아주 강한 것은 아니지만 바닥은 단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실질금리가 낮은 가운데 약간의 조정이기 때문에 경기에 큰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금리 인상 폭이 작으면 경기를 과도하게 식힐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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