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부터 농막(農幕)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농촌 체류형 쉼터' 설치가 허용된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농자재를 보관하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용도인 기존의 농막과 달리 숙박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농막보다 65% 크게 지을 수 있고, 카페처럼 야외에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데크도 깔 수 있어 훨씬 쾌적해졌다. 사실상 별장으로 쓸 수 있어 '5농2촌'(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촌에서 생활)을 꿈꾸는 중장년층의 관심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농촌 체류형 쉼터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농촌 체류형 쉼터는 본인 소유 농지에 연면적 33㎡ 이내로 설치할 수 있다. 연면적에서 데크, 정화조는 제외한다. 주차장도 1면까지 두도록 허용한다. 연면적 20㎡로 제한된 농막보다 공간이 훨씬 넓어져 편의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 전체 농지 면적은 쉼터와 데크·정화조 등 부속 시설의 두 배 이상이어야 한다. 반드시 영농 활동을 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주택이 아니라 가설건축물이기 때문에 약 10만원의 취득세와 연 1만원가량의 재산세가 부과된다.
모든 농지에 농촌 체류형 쉼터를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재지구' '붕괴위험 지역' '자연재해 위험 개선지구' '엄격한 방수류 수질 기준 적용지역'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 안전을 위해 조례로 정하는 지역'에는 설치할 수 없다. 소방차와 응급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도로에 접한 농지에만 설치할 수 있다.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농촌 체류형 쉼터 내 소화기 비치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농촌 체류형 쉼터는 최대 12년까지 사용을 허용하고 이후엔 철거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기존 농막의 농촌 체류형 쉼터 전환도 허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농막을 불법 증축해 별장이나 숙박업소로 이용하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기존의 농막이 농촌 체류형 쉼터 요건을 갖추면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휴식 공간이 아니라 사실상 임시 숙소로 사용돼 온 농막을 법 테두리 안으로 양성화하는 것이다. 2022년 말 기준 전국 농막은 23만개로 추정된다.
농막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 연면적(20㎡ 이내)과는 별도로 데크와 정화조, 주차장 1면 설치를 허용한다. 지난해 5월 농식품부는 농막 내 휴식 공간을 4분의 1로 제한하고 야간 취침을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재검토를 결정하고, 국민과 농업인, 귀농·귀촌인 25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농지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지자체가 농촌 체류형 쉼터 단지를 조성해 개인에게 임대하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은퇴 후 농막을 이용하고 있는 김명현 씨는 "농촌에서는 이번 정책을 대부분이 환영하고 있다"며 "소멸돼 가는 농촌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농촌 체류형 쉼터 설치가 허용되면서 쉼터 설계나 설치 수요, 관련 기자재 수요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농촌체류형 쉼터 설치 비용은 2000만~2500만원으로 전망된다. 김겸도 강산컨테이너 대표는 "벌써 체류형 쉼터에 관한 고객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데 농막은 작아서 고민했던 50~60대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용/이광식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