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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리 집 탁구 열기에 맞춰 파리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탁구 얘기를 해봐라. 나의 관심은 양궁이다. 나는 ‘활과 무사’라는 시에서 활 쏘는 자세에 대해 “겨누고 있는 찰나가 둥근 과녁을 펼쳐낸다”고 썼다. 한국 여자양궁이 10연패를 이루었다. 10연패라니, 경기 룰이 수없이 바뀌었던 36년 동안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한국 양궁 선수들은 소음에 적응하기 위해 야구장에서, 바람을 뚫기 위해 바닷가 근처에서, 하늘의 무심함에 놀라지 않기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 운동장에서 수없이 활을 쏘았으리라. 선수들을 응원하는 동안 손에 땀이 나고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그럴수록 드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저렇게 고요할까?’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단 한 발의 명중을 위해 호흡마저 멈추는 그 순간, 시위를 당기는 팔은 활 그 자체였다. 온몸이 활이 된 것 같았다. 오조준하면서도 중앙에 맞히는 저 활을 감각이라고 해두자. 실패란 감각을 넘어서는 동물적인 감각.
요즘은 도서관에서 사진 에세이 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가져온 한 장의 사진에 얽힌 산문을 쓰는 수업인데 참여자분들의 글을 읽다가 울기도 할 만큼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글을 자주 만났다. “신입사원 시절에 대리 같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노안이었지만 그때 자기 모습이 가장 좋다는 유쾌하고 호쾌한 이야기”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기적 같은 마지막 만남에 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 사이에서 나도 유년 시절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풀숲에 앉아 수박을 먹고 있는 사진이다. 여동생과 나는 아빠가 낫으로 잘라준 수박을 먹었다. 얼굴보다 큰 수박 조각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입과 목에 수박 물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먹었다. 정말 행복했다.
작은 것, 그렇게 작은 것이 마음에 들어차는 느낌이 나는 좋다. 사람도 작게 태어나서 커진다. 몸도 커지고 마음도 커진다. 단어 하나가 한 문장이 되고 한 편의 글이 되듯 매일 조금씩 쓴 글이 사람을 키운다. 양궁 선수가 사람들의 환호성과 바람과 땡볕과 더위 같은 외부의 어떤 것도 침범할 수 없는 자기 안에 놓인 과녁을 향해 고요히 활을 겨누듯 내가 만난 사람들이 그 누구의 관섭도 받지 않고 자기 안의 비밀을 풀어내길 바랐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첫 올림픽, 첫 경기에 진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렇게 커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나의 휴가는 올림픽 경기를 보는 일이다. 경기를 보다 보면 나의 감각이 깨어날지도 모른다. 사실 다른 얘기를 쓰려고 했는데 올림픽 보느라 글이 안 써져서 올림픽 얘길 썼다. 나의 글쓰기는 나의 올림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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