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조원으로 추정되는 큐텐그룹 산하 티몬·위메프의 미정산금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두 회사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할인 행사를 상품권 외에 일반 상품을 대상으로도 진행했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출혈 마케팅 탓에 매월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 정산금 지연을 넘어 미지급 사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는 작년 말부터 숙박·레저·상품권 등의 할인폭을 기존 대비 세 배가량 높이고 할인된 금액을 전부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형 레저업체 관계자는 “입장권 할인율을 기존 5%에서 15%로 세 배 올렸는데, 할인금을 모두 티몬이 부담했다”며 “판매사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으니 동의했고, 이후 거래액이 증가해 판매량을 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품 프로모션에 들어가면 e커머스와 판매자(셀러)는 판촉 비용을 분담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티몬·위메프는 할인율을 키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이 비용을 다 부담했다. 1박에 수십만원인 숙박과 상품권 등에도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회사는 미정산 사태가 본격 확산하기 직전인 7월 초에도 2주간 대규모 특가세일을 펼쳤다. 생필품·숙박상품 등의 할인율을 최대 60% 이상으로 늘리고, 자체 할인쿠폰도 뿌렸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 식품사 관계자는 “티몬이 할인액을 모두 부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앱 조사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카드 결제액은 7월 6일 897억원으로 3주 전(6월 15일·53억원)에 비해 17배가량 뛰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마진을 포기하고 할인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 정도로 할인폭을 크게 잡고 판매한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거래액과 함께 적자도 커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8만원짜리 상품을 15% 할인된 가격인 6만8000원에 팔 경우, 40~60일 뒤 판매자에게 수수료(약 4%·3200원)를 제외한 7만6800원을 줘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이 소비자로부터 받은 금액은 6만8000원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 자본이나 대출로 판매자에게 정산해줘야 한다. 판매액이 커질수록 적자도 늘어난다. 티몬·위메프가 최대 두 달에 달하는 정산주기를 이용해 ‘돌려막기’를 하다가 적자가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자 결국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티몬·위메프가 사업 경쟁력이 없다 보니 초저가 출혈경쟁에만 몰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큐텐·티몬·위메프와 같은 해(2010년) 설립된 쿠팡은 13년간 적자를 냈지만, ‘로켓배송’ 등 물류 시스템과 직매입에 꾸준히 투자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티몬·위메프는 특히 작년 말 중국계 e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가 급부상하자 할인폭을 대폭 키웠다.
티메프 피해는 상품권 등 관련 업계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티몬이 ‘타임딜’로 최대 10% 할인 판매한 해피머니 상품권의 발행사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이날 상품권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700만원 이상의 해피머니 상품권을 갖고 있는 ‘고액 보유자’들에게 “당장 환불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티몬으로부터 1000억원 상당의 해피머니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5~7월 석 달간 티몬에서 팔린 해피머니 상품권은 3000억원어치로 추정된다.
이선아/정희원 기자 sun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