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스닥 상장' 도구로 쓰인 티메프…할인폭 3배 키운 뒤 적자 떠안아

입력 2024-07-31 17:45   수정 2024-08-01 06:35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되는 큐텐그룹 산하 티몬·위메프의 미정산금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두 회사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할인 행사를 상품권 외에 일반 상품을 대상으로도 진행했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출혈 마케팅 탓에 매월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 정산금 지연을 넘어 미지급 사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티메프 사태 직전 결제액 급증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는 작년 말부터 숙박·레저·상품권 등의 할인폭을 기존 대비 세 배가량 높이고 할인된 금액을 전부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형 레저업체 관계자는 “입장권 할인율을 기존 5%에서 15%로 세 배 올렸는데, 할인금을 모두 티몬이 부담했다”며 “판매사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으니 동의했고, 이후 거래액이 증가해 판매량을 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품 프로모션에 들어가면 e커머스와 판매자(셀러)는 판촉 비용을 분담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티몬·위메프는 할인율을 키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이 비용을 다 부담했다. 1박에 수십만원인 숙박과 상품권 등에도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회사는 미정산 사태가 본격 확산하기 직전인 7월 초에도 2주간 대규모 특가세일을 펼쳤다. 생필품·숙박상품 등의 할인율을 최대 60% 이상으로 늘리고, 자체 할인쿠폰도 뿌렸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 식품사 관계자는 “티몬이 할인액을 모두 부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앱 조사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카드 결제액은 7월 6일 897억원으로 3주 전(6월 15일·53억원)에 비해 17배가량 뛰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마진을 포기하고 할인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 정도로 할인폭을 크게 잡고 판매한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거래액과 함께 적자도 커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8만원짜리 상품을 15% 할인된 가격인 6만8000원에 팔 경우, 40~60일 뒤 판매자에게 수수료(약 4%·3200원)를 제외한 7만6800원을 줘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이 소비자로부터 받은 금액은 6만8000원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 자본이나 대출로 판매자에게 정산해줘야 한다. 판매액이 커질수록 적자도 늘어난다. 티몬·위메프가 최대 두 달에 달하는 정산주기를 이용해 ‘돌려막기’를 하다가 적자가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자 결국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력 없이 ‘초저가 출혈경쟁’
업계에선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그룹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거래액을 늘린 게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시장 상장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큐텐그룹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위시 등 계열사 배송 물량이 탄탄하다는 점을 앞세워 큐익스프레스를 상장하려고 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거래액을 키우려 했지만, 결국 불어난 적자로 사업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티몬·위메프가 사업 경쟁력이 없다 보니 초저가 출혈경쟁에만 몰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큐텐·티몬·위메프와 같은 해(2010년) 설립된 쿠팡은 13년간 적자를 냈지만, ‘로켓배송’ 등 물류 시스템과 직매입에 꾸준히 투자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티몬·위메프는 특히 작년 말 중국계 e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가 급부상하자 할인폭을 대폭 키웠다.

티메프 피해는 상품권 등 관련 업계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티몬이 ‘타임딜’로 최대 10% 할인 판매한 해피머니 상품권의 발행사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이날 상품권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700만원 이상의 해피머니 상품권을 갖고 있는 ‘고액 보유자’들에게 “당장 환불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티몬으로부터 1000억원 상당의 해피머니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5~7월 석 달간 티몬에서 팔린 해피머니 상품권은 3000억원어치로 추정된다.

이선아/정희원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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