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머니, 상품권으로만 3000억 조달"…티메프와 공모 의혹도 [현장+]

입력 2024-08-01 10:18   수정 2024-08-02 00:55

"환불해줘". "우리도 피해자. 사각지대 살려주세요".

1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해피머니상품권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 본사. 철제 셔터에 붙은 호소문들이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했다. 불 꺼진 사무실 옆에는 "전 직원이 무기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는 안내문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상품권 환불 문의를 위해 본사를 직접 방문한 직장인 A씨는 “티몬 사태가 불거지면서 한순간에 해피머니 사용처가 사라졌는데 구제받을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며 분노했다.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사가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7월 티몬을 통해 판매한 1000억원 상당의 해피머니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가 해피머니상품권 환불 정지 사태로 이어지며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상품권 업계에 따르면 해피머니아이엔씨는 700만원 이상의 해피머니 상품권(포인트)을 보유한 ‘고액 보유자’들에게 “당장 환불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5월부터 7월까지 시중에 풀린 해피머니 상품권은 3000억원으로 역대급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를 넘어서는 규모다.

디폴트의 주요 원인으로는 티몬의 ‘상품권 타임딜’이 지목된다. 티몬은 한정된 시간에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타임딜의 주요 상품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해피머니를 내세워 액면가보다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고, 해피머니도 매출 증대를 위해 무리하게 상품권을 발행했다는 것이다.




한 상품권 교환 전문업체 관계자는 "5~7월 매달 티몬에서 최대 10% 할인된 가격의 '해피머니 온라인 상품권 5만원권' 판매가 5만장씩 40번 정도 이뤄졌다"며 "단기 유동성이 필요한 티몬이 해피머니를 통해 월 1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무분별하게 조달했고 해피머니도 이에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높은 할인율을 노린 상품권 전문 교환 업체와 개인들이 대량 매수에 나서며 사태를 키웠다. 상품권 교환 업체들은 10억~30억원. 개인들은 최대 2000만원 수준의 해피머니 상품권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 시대에 ‘상테크’(상품권+재태크)가 유행하면서 개인들은 싼 가격에 상품권을 매입해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과 제휴 식당 이용 등의 혜택을 누려왔다.

일각에서는 해피머니와 티몬 간의 공모 의혹도 제기된다. 매년 1500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발행하던 해피머니아이엔씨가 5월부터 발행 규모를 대폭 늘려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피머니 발행사도 티몬의 유동성 부족 상황을 알면서도 상품권 판매를 계속했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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