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다. 폰지 사기란 무엇인가. 한 사기꾼이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약정하고 초기엔 실제 수입금을 지급해 투자자를 끌어모은다. 이 초기 수익금은 뒤의 가입자에게 돈을 받아서 메꾼다. 그리고 다음 가입자, 또 다음 가입자의 돈으로 돌려막는다. 원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계속해서 더 많은 가입자를 모집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입자가 줄어들고, 원금이 떨어진다. 폭탄이 터진다.
e커머스 중개 플랫폼인 티몬·위메프는 예컨대 10만원짜리 상품권을 8만원에 할인해 판매했다. 싸게 판매하자 단기에 매출이 확 올랐다. 소비자로부터 받은 결제금은 판매자들에게 두 달 뒤에야 정산해줬다. 이런 식으로 매출을 부풀리고 돌려막기가 가능한 구조를 짰다. 할인분을 떠안았고, 그렇게 손실은 쌓여갔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할인폭을 키웠다. 결국 판매자에게 줄 돈이 바닥났다. 수많은 판매자가 약속한 두 달이 지나서도 정산금을 받지 못한 채 도산 위기에 처했다.
구 대표는 나스닥에 상장하면 손실을 메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사업을 영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제멋대로 동원해 위시를 인수하는 데 썼다. 이런 자금 유용을 손쉽게 설계하기 위해 티몬·위메프의 재무조직을 큐텐에 흡수 통합시켰다. 양사엔 영업조직만 남겨 가혹한 판매 경쟁으로 내몰았다.
위시 인수 자금 유용은 명백한 배임·횡령이다. 하지만 그는 “한 달 내 바로 상환했고, 한 푼도 횡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금 운용에 대해선 “십수 년간 누적된 행태”라고 했다. 섬뜩하다. 연간 227조원에 이르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이런 ‘관행’을 일삼고 있다면 ‘제2의 구영배’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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