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전공의 없다…대학병원 고사 위기

입력 2024-08-01 17:56   수정 2024-08-02 01:28

오는 9월부터 수련하는 하반기 전공의를 모집한 결과 총 104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모집 인원의 1%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전공의 부재’로 인한 상급병원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8월 추가 모집에 나설 계획이지만 전공의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공의 복귀 1%에 그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 결과 전공의 104명(인턴 13명·레지던트 91명)이 지원했다고 1일 밝혔다. 전국 수련병원 126곳이 계획한 모집인원(7645명)의 1.36%에 그쳤다.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지원자는 45명이다. 대부분 병원도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한 자릿수에 그쳤다.

정부의 당근책도 소용이 없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8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하면서 수련 특례를 적용하는 혜택을 줬지만 전공의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런 특혜가 없었다면 올해 사직한 전공의는 1년 내 동일 연차·동일 과목으로 다른 병원에 지원할 수 없었다.

정부는 이달 추가 모집에 나설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세한 일정은 8월 초 공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대학병원에 대한 전공의들의 반감이 심한 상황이어서 추가 모집도 소용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사 직전 내몰린 대학병원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대학병원 재정난은 심화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빅5 병원 입원 환자는 7월 말 하루 평균 5492명으로 2월 초 7893명의 70% 수준이다. 이들을 포함한 대형 대학병원 입원 환자는 2만227명, 집단행동 이전(2만5237명)의 80%다.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하던 2월 말 1만6380명에 비하면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여전히 진료 차질이 일부 빚어지고 있다.

진료 차질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증·외래환자가 줄어든 것이 직격탄이 됐다. 국내 건강보험 수가 정책상 중증질환자보다 경증·외래환자를 많이 보는 게 병원 경영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의 휴직도 이어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한시적 안식휴가를 기존 30일에서 80일까지 늘리기로 했다. 대학병원들이 대금 기한을 계속 연장하면서 의료기기·의약품 도매상 등의 연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하던 신사옥 건립 계획 등을 모두 멈춘 상태”라며 “최대한 현상을 유지하면서 버티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년 넘게 파행이 이어지며 교수들의 피로도도 누적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뒤 일선 대학병원에선 50~60대 주임급 교수들까지 주 1회 당직 업무에 투입됐다.
○전문의·PA간호사 늘린다
정부는 ‘전공의 없는 병원’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공의 비율이 40%에 달하는 이들 병원에 전공의를 대신할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늘리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중증·응급 수가를 집중 인상해 중증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학병원들은 수련을 거부하는 전공의 의견을 반영해 ‘일반의(GP)’로 기존 전공의를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전공의로 채용할 때보다 연봉을 1.5~2배가량 높여줘야 해 인건비 부담은 늘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복지부는 중증·응급 수가 인상 등을 포함한 의료 개혁을 위해 건보 수입의 14%가량인 현행 국고 지원 수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국고 지원을 늘리기보다 건보 지출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영연/허세민/이지현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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