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현재 중국에 수출하는 HBM 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당장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중국 HBM 시장이 향후 수십조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점, 미국의 규제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HBM 자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한국 기업에 대형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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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은 D램 8개 또는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만든 반도체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특화돼 있다.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묶여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인 AI 가속기(데이터 학습과 AI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로 만들어진다. 엔비디아의 ‘H100’, AMD의 ‘MI300’ 등이 HBM이 들어간 AI 가속기다.
HBM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가 51%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삼성전자(38%), 마이크론(11%)이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추가 규제 카드는 사실상 한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꺼낸 카드는 ‘AI 가속기 자립’이다. 중국은 지난 5월 세 번째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해 3440억위안(약 6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기금의 상당액이 AI 가속기 개발 및 생산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 업체에 직접 판매하는 HBM 물량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미국이 엔비디아와 AMD가 만드는 모든 AI 가속기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를 시행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의 중국용 H20에 HBM3를 공급하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H20의 중국 수출까지 막는다면 삼성전자도 작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규제가 중국 기업의 HBM 자립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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