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급변할 줄은"…새내기 회계사들 '역대급 시련' [선한결의 회계포커스]

입력 2024-08-02 06:48   수정 2024-08-02 08:17


새내기 공인회계사들이 올해 ‘역대급’ 취업난을 겪을 전망이다.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IB)관련 딜 규모가 확 줄어든데다 컨설팅이 침체되자 회계법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영향이다. 일각에선 '빅4' 회계법인에다 중견회계법인 채용을 다 합쳐도 올해 합격자 수를 밑돌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빅4 채용-CPA 합격자 규모 격차, 10년만에 최대로
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은 올해 총 81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PwC삼일은 올해 300명을 뽑는다. 삼정KPMG(280명), EY한영(115명), 딜로이트안진(115명) 등도 채용에 나선다. 일정 기간 상시근무하는 이른바 ‘파트타임 회계사’를 합친 수치다. 각 사는 다음달 초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합격자 발표를 전후해 최종 채용 규모를 결정한다.

올해 빅4 채용 예전 인원은 공인회계사(CPA) 시험 최소 합격인원(1250명)에 비해 445명 적다. 빅4 채용인원과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간 격차가 400명 이상으로 벌어진 것은 지난 10년 내 올해가 처음이다. 4대 법인 채용규모는 지난 3년간 평균에 비해선 약 25% 적다.

이는 그나마도 이미 여력만큼은 늘린 수치라는 게 각 사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올해 4대 회계법인의 신규 인력 실질 수요를 650명 가량으로 보고 있지만, 주요 수습기관으로서의 책임 등을 고려해 채용을 급격히 줄이지 않았다”며 “일부 회계법인은 일정 인원을 파트타임 회계사라도 채용해 수습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통상 4대 회계법인은 일종의 회계사 사관학교 역할을 한다.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는 회계법인과 기업 등 실무수습기관에서 2년간 수습 기간을 거쳐야 정식 전문 자격을 얻는다. 합격자들은 주요 기업 감사를 비롯해 실무 경험 기회가 풍부한 4대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는 '합격하면 빅4'였는데…"업계 안팎 팍팍해"
그간엔 빅4 채용 목표인원이 당해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보다 많은 해가 비일비재했다. 해당 연도 합격자로 채우지 못한 인원은 그 전 합격자로 충원하고, 이 여파로 중소·중견 회계법인은 채용 목표의 절반을 간신히 채우기가 일쑤였을 정도다.

신(新)외부감사법(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과 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신규 회계사 수요가 급증한 2018년엔 합격자 수보다 빅4의 채용 수요가 300명 가까이 많았다. 2020년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자 인수합병(M&A)과 기업 컨설팅 업무를 맡는 딜·컨설팅 부문도 인원 늘리기 경향이 뚜렷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작년엔 공인회계사 합격자보다 빅4 채용인원이 225명 적었다.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시장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어서다.

빅4 중 한 곳의 파트너 회계사는 “회계법인의 감사 일감 물량은 매년 비슷한제, 기업들의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시기가 5년씩 유예되는 등 비감사용역 업무 양은 줄고 있다”며 “감사부문에서 신규 인력을 많이 채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른 파트너 회계사는 ”딜·컨설팅 부문은 본래 신규채용 인력의 비중이 크지 않다”며 “최근 카브아웃(사업부 매각) 딜을 비롯해 딜 부문 분위기가 일부 살아나고 있지만, 주요 업무를 맡을 파트너급이 아니라 신입 회계사를 추가로 뽑을 정을 정도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법인을 떠나는 회계사도 확 줄었다. 회계업계 바깥 경기는 더 팍팍해서다. 최근 수년간 스타트업, 증권사, 사모펀드(PEF), 밴처캐피털(VC), 일반 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저연차 회계사들이 많았지만 최근은 정반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인증,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원 등 회계법인들이 주요 신사업으로 보고 있는 분야는 아직 대규모 신규 인력 충원이 필요할 정도로 개화하진 않았다는 평가다.

반면 새로 회계업계에 진입하는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 합격자 수는 역대 최다 수준으로 예정됐다. 일각에선 ‘빅4’ 회계법인에다 중견회계법인 채용을 다 합쳐도 올해 합격자 수를 밑돌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연간 회계사 시험 최소 선발 인원이 지난 4년간에 비해 150명 늘어난 올해는 격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질 전망“이라며 ”실무수습기관을 구하지 못한 이른바 '미지정회계사'가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늘어야...'라이센스=주요 업체 입사' 보장하는 직군이 있나" 주장도
금융당국은 회계업계 등과 논의해 내년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하한선을 오는 11월 발표할 예정이다. 논의 과정에서 업계의 어떤 목소리가 반영될지도 관건이다.

다만 회계업계에선 이미 늘린 하한 인원을 확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인회계사 자격 보유자를 기존보다 많이 뽑아서 회계법인만이 아니라 일반 기업 등 곳곳에 충분히 흘러가게 한다는 게 최근 정부의 기조인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 일정 기간 초과공급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했다.

'빅4' 채용규모와 CPA 합격자 간 '미스매치'를 두고는 회계업계에서도 각기 다른 의견이 나오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또다른 전문자격증 소지 업군인 변호사의 경우엔 신규 자격을 딴 인원 중에서도 소수만 이른바 '5대 로펌'에 가지 않는가"라며 "회계업계만 공인회계사 라이센스(자격)이 주요 업체 입사를 보장하도록 인원 제한을 걸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 갈수록 인원이 많아지는 쪽이 오히려 업계의 목소리를 키우는 데에 더 유리하다"고 했다.

반면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업계에서 '빅4'는 가장 양질의 실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며 "업계 안팎 곳곳에 전문 회계인력이 많아져야 회계 투명성 등이 높아진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만, 초보 회계사들이 원하는 수습 교육 기관에 발을 들이기 힘들 정도의 환경이 된다면 국가 회계 수준에 어느정도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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