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복서 임애지 "링이 곧 직장…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2024 파리올림픽]

입력 2024-08-02 06:40   수정 2024-08-02 06:46


"최초의 한국 여자 복싱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이 너무 좋다."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4강 진출과 함께 동메달을 확보한 임애지(25·화순군청)는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 복싱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그는 글러브를 내려놓고 해맑게 웃었다.

임애지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8강전에서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에 3-2로 이겼다.

이로써 임애지는 4강 진출권을 획득하는 동시에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올림픽 복싱은 4강전 패자들의 3-4위전을 치르지 않고 2명에게 동메달을 수여하기 때문에 임애지는 이날 승리로 메달리스트를 예약했다.

경기 후 임애지는 "우리나라 복싱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그래도 12년 만에 한국 복싱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말보다 한국 여성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표현이 더욱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9시가 지나서 펼쳐졌다. 임애지는 "경기를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했다. 빨리 링에 올라가서 경기를 마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웃었다.

임애지는 "상대가 너무 무서워서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상대는 (인파이터 성향인데) 생각보다 안쪽으로 덜 붙었다. 다양한 전략을 준비했는데 다 버리고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복기했다. 이어 "내 페이스대로 잘하고 있었는데, 2라운드에서 제대로 정확하게 공격하지 못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뒤에도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 다행히 이겼고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대단한 성과를 내기까지 시련도 많았다. 3년 전 처음 참가한 도쿄 올림픽에선 첫 판에 탈락해 복싱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지난해 참가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첫 경기에서 북한의 방철미에게 완패당하며 짐을 쌌다.

임애지는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지도해주시는 선생님께서 '3년 후 파리 올림픽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이 '또 이렇게 힘들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쫙 빠졌다. 너무 못하고 졌기 때문에 글러브를 내려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복싱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도쿄 올림픽 때는 대학생이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실업 선수였다. 링이 곧 직장이었다.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고) 어떻게 버텨야 한다고 생각으로 다시 운동했다"고 고백했다.

3년이 흘렀고, 임애지는 더욱 성장했다. 올림픽에서 한 번도 못 이겼던 그는 이제 두 차례나 승리했고, 메달까지 확보했다. 임애지는 "(나이가 있다 보니) 체력은 더 떨어졌다. 전략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달라진 건 마음가짐, 하나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즐기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동메달을 예약했지만 임애지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임애지는 4일 오후 11시 34분 열리는 4강전에서 '2022년 세계선수권 챔피언' 해티스 아크바스(튀르키예)를 꺾으면 결승에 올라 금메달까지 기대할 수 있다.

임애지는 "감독님께서 8강을 앞두고 한 번만 이기면 메달을 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저는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을 이겨서 우승하겠다'고 답했다"며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발랄하고 당돌한 임애지는 "점점 많은 관심을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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