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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격해진 가운데 미국 및 중남미 3개국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선거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야권도 득표율을 취합한 자체 자료를 공개하며 마두로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지난달 28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어 "미국은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를 향한 마두로의 근거 없는 주장을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달 30일 곤살레스 후보와 민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등 야당 주요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데에 대해서는 "정치 참여를 억압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비민주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마두로 대통령과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중남미 3개국도 베네수엘라에 투명한 자료 공개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멕시코 외교부가 공개한 공동 성명문에 따르면 멕시코와 브라질, 콜롬비아 등은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에 투표소별 세부 개표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선거 과정에 대한 분쟁은 제도적 방법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폭력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 및 사회 주체들이 최대한 자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이 자체 확보한 개표 결과도 야권의 압승으로 나타나며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민주 야권 측은 이날 전국 투표소 80% 이상에서 자체 확보한 개표 결과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곤살레스와 마두로는 각각 67%와 30%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8일 선거 직전에 공개된 출구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지난 29일 투표 종료 이후 6시간 만에 "80%가량을 개표한 결과 마두로가 51%를 득표해 곤살레스를 제쳤다"며 당선을 확정했다. CNE가 개표 과정에서 민주 야권 측 인사의 입장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인권단체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1일까지 시위 과정에서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약 12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두로가 대외적인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직을 이어간다면 추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 고립을 택하고 국민들을 억압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선거와 관련된 비판에 대응해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파나마, 도미니카 공화국 등 최소 5개국의 외교관을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두로의 집권 정당성을 인정하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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