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등장은 문화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문화 생산자들이 챗GPT를 이용해 손쉽게 영상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고, 영화나 드라마 대본을 쓸 수 있게 됐다. AI가 영화, 드라마,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시대도 다가오고 있다. 문화계 관계자들은 AI가 대중문화 형성에 초래할 미래를 ‘기대 반 걱정 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시간과 인력을 급격히 줄이는 대중문화 생산 방식의 혁명을 이뤄낼 수도 있으나, 문화 생산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어서다.
AI가 주도하는 문화 생산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창의성이다. 즉 AI가 창출해내는 대중문화가 창의성을 담보하거나 이를 증대하는지 여부다. 창의성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한다.
그러나 AI 기술이 만드는 대중문화는 사람이 주체인 생산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AI 주도의 문화에 창의성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어떤 합의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이 만든 게 아니고,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산물로 보기 어려워서다. AI가 주도하는 문화 생산은 지식재산권(IP)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한계도 지닌다. 사람이 만들어낸 대중문화는 수십 년간 그 권리를 보호받으며, 타인이 이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AI로 생산한 문화 콘텐츠는 창의적 사고의 결과로 간주하지 않아 보호 대상이 아니다.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를 실현해 가고 있는 국내 문화산업계에서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K팝과 웹툰 등의 제작에서 AI가 주도하거나 AI 기술의 지원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화산업계는 그러나 AI 시대 창의성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AI가 만들어내는 문화상품의 창의성을 보호할 것인지, 보호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IP 문제는 어떻게 정의할지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AI의 역할 증가로 문화 생산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 확실해졌다. 정부 관련 부서와 문화산업 관계자들은 AI 시대의 창의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지켜나가야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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