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년간 이어진 ‘공모주 불패 신화’가 주가 하락과 함께 깨졌다. 올해 상장한 35개 기업 중 25개(71%)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 예정인 뱅크웨어글로벌은 주관사와 논의 끝에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하단으로 책정했다.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하단으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11월 동인기연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한 대형 증권사 기업공개(IPO) 본부장은 “금리 인하 기대로 한때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이 점차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29일 진행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참여 기관이 827곳에 불과해 경쟁률은 155 대 1에 그쳤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일반 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공모주 투자심리가 모두 얼어붙은 모양새다.
공모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 모두에 플러스 수익을 안겨줬다. 올해 상반기 상장을 마친 22개 공모주의 첫날 수익률은 평균 109%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공모주는 한 개도 없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공모주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가 늘었다. 이노스페이스(-55%), 포스뱅크(-55%), 제일앰엔에스(-54%), 스튜디오삼익(-47%), 에스오에스랩(-47%) 등이 2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50% 가까이 하락 거래되고 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35개 공모주 가운데 25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상장 첫날 수익률도 상반기 대비 하락하는 추세다. 하반기 상장한 엑셀세라퓨틱스(-16%)와 이노스페이스(-20%)가 첫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이후 상장한 13개 공모주의 첫날 평균 수익률은 23%로 상반기(109%)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달에는 뱅크웨어글로벌과 전진건설로봇을 비롯해 유라클,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케이쓰리아이, 엠83, 이엔셀, 티디에스팜, 아이스크림미디어, 아이언디바이스 등 9개 기업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받은 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진건설로봇을 제외하고 모두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하반기 ‘대어’들에도 이목이 쏠린다. 케이뱅크와 더본코리아 등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한국거래소 심사를 받고 있다. 에이스엔지니어링, 롯데글로벌로지스, MNC솔루션 등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묻지마 투자’ 식 공모주 청약은 사그라질 것”이라며 “기술특례 기업의 상장 후 주가가 부진해 공모주 사이에서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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