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전 수출 아직 배고프다

입력 2024-08-04 17:39   수정 2024-08-05 00:24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가 24조원대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의 쾌거다. 그것도 세계 최초로 원전의 상업 운전을 시작한 유럽에서 원전 대국 프랑스를 제치고 시장을 뚫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선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체코를 직접 방문해 양국이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서 동맹임을 강조하며 유럽 원전시장 사수에 안간힘을 썼다. 우리도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 외교와 특사를 통한 외교전을 투트랙으로 펼치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양국이 총력을 기울인 국가 대항전이었다. 결과는 원전 건설단가 경쟁력과 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 능력을 높이 평가받은 팀코리아의 승리였다.

탈원전 정책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국내 원전산업이었기에 더욱 값진 승리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준 원전 산업 생태계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생태계를 재건하지 않았다면 얻기 어려운 성과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승리에 만족하기에는 여전히 배고프다.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시금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가 2035년까지 신규 원전시장 규모를 1653조원으로 전망할 정도로 원전시장은 장밋빛이다.

한편 최근 전개되는 신냉전 국제질서로 말미암아 자유 진영 원전 건설시장에 접근 가능한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프랑스, 미국 정도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과 프랑스를 차례로 꺾은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 결과는 한국 원전의 독무대를 여는 서막일 수 있다.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주마가편 차원에서 원전 수출 제도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

첫째, 정책의 일관성 확보다. 이번 수주 과정에서도 국내 원전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한국이 다시 탈원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증거다. 국내 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 진흥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모순이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 야당은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와 같이 원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국익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수출금융 강화다. 원전, 방위산업과 같은 대형 수출은 금융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재원이다. 작년에 수출입은행 자본금 한도를 10조원 상향 조정했으나, 향후 수주산업의 초대형화를 감안할 때 지속적인 자본금 확충이 필요해 보인다. 국책은행의 자본금 확충은 건전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래저래 건전한 재정은 국가 경쟁력의 초석이다.

셋째, 수출 창구 일원화다. 현재 원전 수출 창구는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과거엔 한전의 국제 신임도를 활용하는 전략을 펼쳤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는 한전의 성과였다. 하지만 한전은 원전 기술력, 운영 경험 모두 갖고 있지 않다. 실질적으로 한수원이 국내 유일한 원전 기업이다. 한수원은 그동안 부족했던 수출 실적도 이번 체코 원전 수주로 확보했다. 더욱이 한전은 200조원이 넘는 부채로 국제 신임도도 예전 같지 않다. 수출 창구를 더 이상 이원화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세계는 한전과 한수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냥 한국의 원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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