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 대비해 F-22 전투기를 중동으로 급파하고 추가 항공모함 전단을 서둘러 출항시켰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이르면 5일 이스라엘 공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란과 가자, 레바논, 예멘 무장단체들 위협에 대응해 중동에 전투기와 해군 함정을 추가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공군 스텔스기 F-22 편대가 중동 지역으로 급파됐고 유럽 각국의 지중해 해군기지에 배치된 방공 구축함도 이스라엘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의 미군 기지에는 테러에 대비한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임무 교대를 앞두고 괌 기지에 있던 7함대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 전단도 중동으로 출항했다.
이날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공격한 수단은 단거리 발사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IRGC는 “이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설계하고 실행했으며 범죄적인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이라며 “적시 적소에 적절한 방법으로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이르면 5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공격 계획 수립을 마무리하고 정치적 차원의 승인을 받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델라웨어주 사저 인근에서 기자들을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란이 물러서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러길 바라는데 모르겠다”고 답했다.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요르단 등을 방문해 전투기의 영공 통과 허용 등 협조를 구하고 있다. 중동에 배치된 와스프 강습 상륙함과 해병대 병력 4000여 명은 자국민 대피와 지상 작전 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레바논에 머무는 자국민에게 즉시 떠날 것을 권고했고, 스웨덴은 베이루트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한국 외교부는 4일 레바논과 이스라엘 등에 체류하는 한국 국민에게 “현재 가용한 항공편으로 조속히 출국해 달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잇따른 과격한 행보로 인한 분쟁 확대에 불만을 터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와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전화통화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암살이 휴전 합의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나한테 헛소리 좀 작작 하라(stop bullshitting me)”며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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