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낸 직원 퇴사일 '나흘' 당겨줬다가…사장님 '날벼락'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입력 2024-08-04 11:49   수정 2024-08-04 16:41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힌 직원이 자신이 예고한 퇴사일보다 나흘 앞당겨서 퇴사 처리를 했다는 이유로 사장을 고소했다. 퇴사일에 앞 퇴사 처리를 한 것은 해고이므로 한달치 월급인 260만원의 해고예고수당을 달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직원의 퇴사 여부와 퇴사일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전주지방법원은 지난 4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식당 사장 B씨에게 일부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2023고정171).

전주시에서 근로자 4명을 두고 식당을 운영하던 사장 B씨는 사업 초부터 함께 일한 직원 A씨와 갈등을 빚게 됐다. 결국 A는 2022년 9월 13일 사장에 ‘나름 생각을 정리했다. 다음 주 23일까지 하고 그만두겠다. 빨리 말해서 사람 구해야 하니까 문자로 한다. 혹시라도 그 안에 사람 구해지면 얘기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사장은 다음 날인 14일 A에 ‘본의 아니게 오해로 맘 상한 거 같은데 서운해하지 말아라. 사람은 구하도록 하겠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둘은 이날 식당 근처에서 다시 얘기를 나눴지만, 갈등을 봉합하지는 못했다. 결국 A는 이튿날인 15일 사장에게 또 ‘그냥 말한 대로 23일까지 할게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사장은 ‘아쉬워도 어쩔 수 없죠’라고 답장했다.

구인에 나선 B사장은 곧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결국 19일 A에 ‘오늘 직원 면접을 봤고 다른 구직자도 연락이 왔다. 직원을 구했으니 지난 주말까지 애써준 걸로 정산하도록 하겠다. 그동안 자리 잡게 도와준 거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섭섭한 마음이 크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함께한 직원과 인연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 B사장에 돌아온 건 날벼락 같은 기소장이었다. 검찰이 B사장을 A에 대해 30일 치 해고예고수당 26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한 것. 근로기준법은 3개월 이상 계속 일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 예고를 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A가 통보 없이 해고 당한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검찰은 "A는 '23일까지' 다닌다고 했고, 사장도 '어쩔 수 없다'고 답장했다"며 퇴사일 전에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한 '해고'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먼저 "대화 맥락을 보면 사장은 퇴사하겠다는 A를 만류했음에도 A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며 '해고'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퇴사일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의 메시지는 자신을 대체할 직원이 있으면 23일 전이라도 근로하지 않고 싶고, 그 이후엔 직원이 채용되지 않아도 더는 근로하지 않겠다는 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A는 법정서 자기 업무는 인수인계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진술했다"며 "새 직원이 구해져도 23일까지는 꼭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사장이 A를 예고 없이 해고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해고예고수당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사직 시기 선택은 자유로운 반면, 사업주의 '해고'에 대해서는 30일 전 통보나 해고예고수당 등 강한 규제가 있다는 점을 늘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언제 효력을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규정이 없다. 극단적으론 당일 사직도 가능하다. 반면 근로자가 인수인계와 사업주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협의를 거쳐 퇴사일을 명확히 정했다면 근로계약은 그때까지 성립하는 게 원칙이므로 사업주는 여기에 구속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법원은 A가 퇴사일을 사용자의 처분에 맡긴 것으로 봤다"며 "근로자가 정한 퇴사일을 임의로 앞당길 경우 의사에 반한 해고가 될 수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 등 법적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실무상 근로자의 사직 통보가 있을 경우 바로 승낙을 표시하여 사직 철회를 두고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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