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가슴에 단 태극마크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4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남자골프를 단독 8위로 마친 김주형(22)은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는 "(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 선수가 왜 그렇게 자주 우는지 이제 알 것 같다"고 활짝 웃기도 했다.
김주형은 이날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까지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뒤 한국 남자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이다. 김주형은 한때 공동 4위까지 올라갔으나 마지막 18번홀(파4) 더블보기로 순위가 내려갔다.
경기를 마친 뒤 김주형은 "첫 올림픽 출전이었는데, 이렇게 감동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메달을 못 따서 우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그는 이번이 첫 국가대표 경험이었다. 김주형은 "제가 아마추어 시절에 나라를 대표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나라를 대표한다는 부담감도 컸고, 우리 남자 골프가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메달을 따면 대한민국 골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감정들이 대회가 끝나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주형은 "대회장에 한국 팬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더 감동받았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저도 성숙해진 느낌이 들고, 앞으로 남자 골프도 양궁과 같은 종목처럼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두번째로 올림픽에 출전한 안병훈은 6언더파 278타로 공동 24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6·미국)가 따냈다. 그는 이날 보기없이 버디만 9개 몰아치며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로 토미 플리트우드(32·영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날 후반 9개 홀에서 버디 6개를 몰아치는 뒷심이 빛을 발했다.
막판까지 선두를 지켰던 플리트우드는 17번홀(파4) 보기로 1타차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17언더파 267타의 마쓰야마 히데키(32·일본)에게 돌아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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